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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해외 은닉재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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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해외 은닉재산(사설)

입력
199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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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검찰은 국내 재벌총수 3∼4명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호화별장과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를 잡고 내사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거액의 달러를 빼돌려 유명 휴양지에 호화별장을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업자금 명목으로 달러를 송금해 유용하거나, 경영난 등의 이유를 내세워 현지법인을 정리한 뒤 법인자산을 환수치 않는 수법으로 거액의 재산을 국외로 밀반출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혐의가 사실이라면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대다수 국민들은 달러를 아껴 한시라도 빨리 국난을 벗기 위해 헌혈운동까지 펴고 있다. 또 외국은행은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끌어쓴 차입금에 대해 한국정부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담보로 정부가 기업 해외법인에 대해 빚보증을 서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이런 시기에 일부 재벌총수들이 해외 법인의 돈을 빼돌려 호화별장을 사들였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국언론이 야유조로 지적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수준을 훨씬 넘어 파렴치하기까지 하다.

 현행 외환관리법상 국내 거주자의 해외부동산 취득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업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도 한국은행의 승인이나 신고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외별장 매입은 명백한 탈법행위다.

 최근 시중에는 재벌들의 해외재산 도피규모가 수백억달러에 이른다느니, 모 정보기관이 이 사실을 차기 정부측에 보고했다느니 하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과 총수의 파렴치한 탈선행위는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 재계는 자유변동환율제 아래 극심한 환율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의 송금지연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무역이나 투자활동을 위해 현지법인이 상당액의 달러를 시재금조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무관리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다. 대기업의 한해 거래규모가 수십억내지 수백억달러에 이르므로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허용돼야 한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론이 질타하는 부분은 일부 재벌총수들이 노출한 「봉건영주」같은 구시대적 작태다. 또 국내 시장에선 독과점 횡포로 중소기업 위에 군림하면서 밖에 나가선 총수의 호화별장 매입을 눈감아 주는 천민 자본주의적 기업행태를 뜯어고치라는 충고다. 따지고 보면 이번에 제기된 해외재산도피 의혹은 그동안 재벌이 자초한 업보나 다름없다.

 당국은 재벌총수들의 해외 재산은닉과 관련된 사안들을 그야말로 성역 없이 파헤쳐 실태를 밝힐 것은 밝히고 범법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정활동이 정권 출범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재벌 길들이기」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실정법을 어긴 범죄에 대해 마땅한 응징을 내리는 차원에서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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