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지켜온 ‘개성 조랭이떡국’ 「서울음식은 장독대 치레에서 시작되고, 개성음식은 광 치레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개성여인들은 상차림이 가장 소중한 일일 정도로 음식정성이 대단했다. 음식마다 손끝에서 우러난 맛이 배어 있고 갈무리해둔 진귀한 별미가 상에 가득 올라야 그 집안여인들의 품덕이 제대로 평가됐다.
개성의 조랭이떡국은 떡국 중에서도 별미다. 떡이 마치 새알이나 누에고치처럼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독특하다. 조랭이떡은 개성사람이 아니면 흉내가 불가능한 내력과 한을 담고 있어 개성여인들의 손을 빌려야 맛볼 수 있다.
고려왕조를 무너뜨린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후한을 없애려고 고려왕족은 물론 고려에서 벼슬을 지낸 남자를 모조리 제거하려 했다. 왕씨 성을 가진 왕족들은 전씨 또는 옥씨 등으로 위장하고 시골로 숨거나 장사치로 나서 신분을 감춘 채 살아야 했다. 개성여인들은 그 한을 잊지 못하고 조랭이떡을 빚을 때마다 이성계의 목을 연상하며 모질게 빚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전주 이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조랭이떡국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조랭이떡은 빚는 방법도 다르다. 가래떡을 그냥 길쭉길쭉하게 썰지 않고 다시 손으로 가늘게 밀어 대나무칼로 알맞게 똑똑 썰어내 그 한가운데를 칼끝으로 엇비스듬하게 문질러 마치 누에고치나 앵두알이 두알씩 겹쳐진 것처럼 동글동글하게 한번 더 손질한다.
서울 용두동 용두시장 개성집(029236779)은 조랭이떡국은 물론 개성편수와 보쌈김치, 순대, 개성식신선로, 오이소백이 등 개성음식의 진수를 내놓는 유일한 곳이다. 올해로 36년 째를 맞았는데 지금도 개성 태생의 김영희(70세) 할머니가 음식을 직접 만들어낸다. 떡은 채반에 받쳐 놓았다가 양지와 갈비 삶은 국물에 떡알이 떠오르도록 푹 끓여 파와 양지 무친 것을 조금씩 얹어낸다. 가래떡으로 끓인 떡국은 식으면 금방 풀어지지만 조랭이떡국은 남은 떡을 찬물에 헹구어 건져놓으면 새떡이나 다름없어 다시 국물을 부어 끓여 먹어도 된다. 개성집에서는 2㎏에 1만6,000원을 받고 판다. 조랭이떡국은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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