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가족이 지키는 함께살기법1.저녁식사는 어른 오신후에
2.자녀교육은 부모가 맡는다
3.생활비 분담은 확실히한다
『아버님 어머님이 다투시면 손자 손녀가 재롱을 떨어 풀어드리고 우리 부부도 말다툼하는 것을 조심하게 돼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 부모님 자녀 여동생까지 일곱 식구가 함께 모여사는 정원석(38·서울 용산구 한강2동)씨네 대가족은 다툼이 오래 가지 않는 집이다.
방 3개인 20여평의 좁은 연립주택에 일곱 식구가 북적대다 보면 짜증날 일도 많지만 그만큼 완충역을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신혼때 화장실을 무심코 열다 아버님이 계셔서 혼비백산했던 며느리 박순자(37)씨도 결혼 12년째인 지금은 시부모님과 딸자식처럼 친해졌다.
신혼초 석달가량 분가했던 정씨부부가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된 것은 며느리 박씨가 임신하면서부터다. 남편 정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친정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반대로 시어머니 곽창엽(61)씨는 며느리 박씨가 무슨 음식이 먹고 싶다는 말만 하면 바로 만들어 주는 등 정성을 들였다. 박씨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친정어머니같았다』며 『남편이 없어도 시어머님이랑 같이 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한다.
박씨는 『샤워한뒤 옷을 죄다 갖춰 입고 나와야 하는 점만 빼고는 대가족으로 사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부모 세대도 대가족으로 사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아버지 정창환(68)씨는 『처음엔 좀 불편하더라도 익숙해지면 부대끼며 사는 것이 재미』라고 말한다.
정씨네 가족은 어머니를 빼고는 모두 직장에 다닌다. 아들 정씨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제조회사인 아리랑 환경 영업이사,아버지 정씨는 한강 2동 재개발 추진위원회 부조합장,며느리 박씨는 대한생명 생활설계사,시누이 정희숙(33)씨는 백화점 직원이다.
정씨네가 대가족으로 살면서 불문율로 지키는 것이 세가지. 아버지 정씨가 귀가해야 저녁 식사를 차리는 것이 첫번째 규칙이다. 『어른을 공경하는 자세를 아이들에게 배우게 하려고 꼭 지키는 원칙』이라고 며느리 박씨는 설명한다.
두번째는 자녀 교육은 정씨부부가 책임지는 것. 며느리 박씨가 맞벌이를 하느라 시어머니가 손자 손녀를 돌보는 경우가 많지만 야단칠 일이 생기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박씨는 『아이들이 어릴 땐 이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도 있었으나 원칙을 정하고 나니 얼굴 붉힐 일도 없어지고 아이들 버릇 고치기도 쉬워졌다』고 말한다. 시어머니 곽씨는 『처음엔 아이들 야단치는 것이 나를 향한 것같아 기분 나쁘기도 했지만 일관된 아이 교육을 위해서는 아들 며느리가 맡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세번째는 경제 분담을 확실히 하는 것. 수도세 전기료 등 공과금과 난방비 식비등 1백만원정도의 생활비는 아버지 정창환씨가,자녀 교육비는 아들 정원석씨 내외가 맡는다.
함께 살다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다. 이북출신으로 단신월남한 아버지 정씨는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 저녁때마다 난방 스위치를 내리는 것이 일. 아들내외는 밤마다 아버지와 난방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는 숨바꼭질을 한다. 아들 정씨는 『아버지 덕분에 아이들은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아끼는 것이 몸에 뱄다』고 좋아한다.
자칫하면 민감해지기 쉬운 사이가 시누이 올케. 그러나 시누이 정씨는 『서로 자기 할 일은 자기가 하는 것이 사이가 좋아지는 비결』이라고 말한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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