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뇌물」 사건에 따른 일본 대장성의 위상 실추를 일본사회의 중심축이었던 관료조직의 붕괴로 해석하는 시각이 무성하다. 「관료로부터 정치인에게로」일본 사회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아직 일본 정계는 국가 운영을 떠맡을 준비가 안된 듯 과도기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오하라 이치조(대원일삼) 전 농수산장관에게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총리가 전화를 걸었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토지의 재평가를 검토하고 있다는데 그 얘기를 꼭 들려 주십시오』 오하라 의원은 22일 아침 총리관저를 찾아 『토지재평가를 통해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것은 은행의 대출 경색을 해결하는데 대단히 효율적』이라는 지론을 설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민당은 금융기관 토지재평가 방안을 금융안정화 대책의 하나로 내놓았다.
금융불안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최근의 경제 대책이 모두 이런 식이다. 정부보증을 활용한 예금보험기구 설치는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전 총리, 10조엔 규모의 신형국채 구상은 가지야마 세이로쿠(미산정육) 전 관방장관, 공적자금을 활용한 금융기관의 우선주 매입은 와타나베 요시미(도변희미) 의원의 주장이었다.
한편 지난해 12월19일 자민당 본부에서는 「아시아 금융·경제 특별프로젝트팀」의 첫모임이 열렸다. 아시아 경제위기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급조된 팀인데 두번째 회의는 영영 열리지 않았다. 정부 부처에 대응하는 여당내 하부 조직에 의한 「상향식」 정책결정이 얼마나 요원한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총리가 과감하게 이끌고 가는 「하향식」은 총리권한에 한계가 있어 기대하기 어렵다. 자연히 어정쩡한 「정치의 때」를 만나 중요한 정책은 정치인 개인의 발상이 「옆으로」 옮겨지는 형태로 결정되는 실정이다.
일본의 이런 옆걸음질을 보면서 우리 정치제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려운 시기에는 지도력이 빛나지만 자칫 지나치면 민주적 절차를 가로막아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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