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현장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감사방해 작전을 펼친다. 예리한 감사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자료제출을 지연·거부하고 폭탄주 세례와 미인계, 자료위조, 로비 등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한다. 회계감사 결과 「한정」이나 「부적정」 판정을 받으면 기업 신용도 추락으로 기업생명마저 위태롭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인 회계감사 방해작전은 자료 미제출. 회계관련 자료의 지연 제출과 회계자료 위조는 일상적이고 자료협조를 거부하는 경우마저 있다. 제대로 감사하면 나쁜 판정을 받을 게 뻔하니까 아예 자료를 안내놓고 버티겠다는 심산이다. 기업이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가장 흔한 핑계는 「담당자 부재」. 「담당자가 출장중」 「예비군·민방위 훈련」 「집안에 급한 일이 있어서」 「다른 급한 업무 때문에」 등 이유도 다양하다. 자료가 공장에 있다거나 전산망이 마비됐다는 변명도 등장한다. 일과시간 마감 10분전에 자료를 주고 앞뒤가 맞지않게 엉망으로 꾸미거나 위조된 자료를 제출하기도 한다.
재벌기업인 J사에 감사를 나갔던 회계사 Y씨. 『기본 증빙자료인 어음수표관리부를 달라고 했더니 「지금 없으니 나중에 주겠다」는 거예요. 회계담당자마저 급한 일이 있다며 회계와 무관한 타부서 직원을 소개시켜 준 뒤 도망가 버렸어요. 원칙대로라면 「자료 미제출」로 「한정」이나 「의견거절」 판정을 내려야 하지만 회계법인과 기업의 오랜 관계상 그럴수도 없었어요』
저녁 식사자리에서 고의적으로 술세례를 퍼붓기도 한다. 건설회사에 감사를 나갔던 K회계사. 『담당이사 이하 전직원이 나와 차례로 폭탄주를 돌리더군요. 극구 사양했지만 결사적인 육탄공세에 밀려 한두잔 받아먹다 보니 만취해 버렸어요. 다음날 감사는 고사하고 제대로 앉아 있기도 힘들었죠. 고의적으로 점심식사 시간을 길게 가지고 낮술을 권하는 경우도 많아요』
미인계도 동원된다. 감사현장에 미모의 여직원을 2∼3명씩 배치, 회계사들의 주의를 흐리고 끊임없이 차와 간식을 들여 보낸다. 감사현장에 눈길을 끄는 저질잡지를 비치해 놓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모재벌사에 실사를 나갔던 한 회계사는 『감사현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 감사진행상황을 살피며 다음에 요구될 감사자료를 즉석에서 위조해 제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계감사 책임자에게 통사정을 하거나 타협안을 제시하는 기업은 그래도 양반이다. A회계법인 회계사 L씨는 『회계법인 경영진에 로비를 벌이거나 다음번 감사수주를 들먹이며 은근히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업측이 방해작전을 펼치면 적당한 수준에서 시정사항을 지적하고 끝낼 수 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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