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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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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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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이후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먹고사는 문제에 국한돼 있다. 하기야 대부분이 생계안정을 장담할 수 없게 된만큼 뭐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 경제적 여건이 최악의 국면은 벗어나고 있다고하니 오랜만에 다른데로도 잠깐 눈길을 돌려보자. 지난 주 설연휴 말미에 틈을 내 둘러본 강원도일대의 관광지 풍경 얘기다. 겨울방학이 끝나지않은 성수기임에도 불구, 관광객들이 줄어 자못 썰렁한 분위기는 이미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낯설었던 것은 어디서나 부딪히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중국과 대만인을 포함한 동남아인들은 한국인들의 발길이 뜸해진 관광지에서 단연 「주인」이었다. 무리지어 다니면서 공공장소건, 호텔로비에서건 전혀 주위를 의식치않고 큰소리로 웃고 떠들어 오히려 한국인들을 이방인으로 밀어냈다. 줄을 서는 따위의 기본적인 질서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들이 많이 묵고있는 한 숙박업소의 종업원은 『접대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냥 씁쓰레한 미소만 지었다.

 물론 그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단 몇명만 일탈해도 전체가 애꿎은 눈총을 받게 마련이다. 더구나 그들을 나무랄 자격이 사실 우리에게는 없다. 80년대 중반이후 해외관광지를 떼지어 휩쓸고 다녔던 우리네 행태를 돌이켜보라. 현지인들을 마치 하층민 취급하면서 안하무인의 방자한 행동으로 숱한 「악명」을 얻은 것이 불과 몇달전까지 일이다. 그보다 훨씬 「조신」한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느낌이 별로 유쾌하지 않을진대 당시 외국인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 그때 우리의 졸부근성을 한껏 부추겼던 지갑속의 알량한 달러조차 사실은 빚이었지 않은가.

 한때 우리는 저열한 공공의식까지도 먹고 사는 일이 급한 탓으로 돌렸었다. 경제가 선진국수준이 되면 의식도 자연스레 그리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최근에야 결국 돈과 의식수준은 별 관계가 없음을 깨닫게 됐다. 그건 또다른 자각과 개선노력이 필요한 분야였던 것이다.

 IMF사태는 여러 면에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겪을 시련을 통해 구조조정돼야할 것은 그러므로 경제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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