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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고삐 잡아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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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고삐 잡아야(사설)

입력
1998.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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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려했던대로 물가 오름세가 매우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중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달보다 2.4%, 1년전보다 8.3%나 올랐다. 1월의 월간 상승폭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80년 이후 18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50개 기본생필품만으로 계산한 지수는 1년전보다 무려 11.3%나 급등, 서민가계에 깊은 주름살을 안기고 있다. 원인은 환율상승과 세금인상으로 집약된다. 원자재 곡물류의 수입가격이 껑충 뛰면서 석유류 교통비 목욕료 식료품값 등이 원가압박을 받은 결과다.

 그렇다면 물가 급등은 현재로선 불가항력인가.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상승 요인을 부문별로 따져 보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자제할 경우 우리 모두가 놀랄만큼 물가오름세를 줄일 수 있다.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비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근로자들은 대량실업의 고통속에서 임금인상은커녕 수십% 삭감도 감수하는 형편이다. 과거처럼 인건비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원자재값이나 금융비용도 압박요인은 된다. 그런데 현재 추세로 미뤄 환율과 금리는 일단 고비를 넘겼고 이변이 없는 한 서서히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나 IMF가 통화·재정긴축을 고수하고 있어 통화증발이나 세금인상에 따른 부담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물가가 왜 계속 올라야 하는가. 지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요인은 바로 물가오름세 심리다. 환율과 세금이 뛰고 다른 상품값도 오르니 왠지 불안하고 초조해 덩달아 물가인상 대열에 뛰어든다. 원가 압박요인은 10원쯤 돼도 향후 물가상승을 미리 예단해 20원 이상 올려 버린다. 「내몫」찾기 심리가 곳곳에서 고개를 들면서 마구 물가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내몫찾기가 성공할 가능성은 예전보다 훨씬 낮다. 감원이나 임금삭감으로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줄면서 물건값을 조금만 올려도 눈에 띄게 매출이 줄고 있다. IMF시대를 맞아 확산중인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운동은 기업 입장에선 수요감퇴와 구매력 축소에 직결된다. 내몫찾기보다는 일시적 원가압박 요인을 자체 흡수, 매출 감소를 줄이는 편이 IMF 불황을 슬기롭게 헤쳐 가는 경영전략인 것이다.

 물론 이같은 내몫찾기 자제를 위해 정부의 뒷받침이 긴요하다. 생필품 가격안정과 매점매석 감시단속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물가 폭동에서 보듯 생필품 가격앙등은 곧장 사회불안을 부른다. 정부는 추가 예산지출이 필요하더라도 물가충격이 큰 간접세 인상은 극력 피해야 마땅하다.

 결국 소비자물가는 기업 가계 정부의 「고통분담」지수에 다름 아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IMF 국치를 벗기 위해 장롱속 금모으기에서부터 헌혈운동에까지 장엄한 대열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물가오름세 억제를 위한 고통분담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할 저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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