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무성 가시적 성과 뭐있나”/인니여파에 환란 재연 불안도/단계적 인하합의는 현기조속 “미조정” 기업들을 옥죄는 고금리정책은 쉽게 완화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창렬 경제부총리와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IMF) 실무협의단장이 3일 「단계적 금리안정」에 어느 정도 합의를 도출했음에도 불구, 금리문제를 보는 양측의 시각차는 아직도 커 금리가 획기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개혁없이 금리인하 없다
IMF측과 실무협의에 참여해 온 금융당국 관계자는 『IMF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중 지난 2개월동안 한국정부가 가시적으로 이행한 유일한 조치를 통화긴축(고금리정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IMF 프로그램 가동 이후 무수한 개혁논의에도 불구, 재벌(계열사정리 및 재무구조개선) 노동(정리해고도입) 금융(부실금융기관 추가정리) 공공(작은 정부구현)등 각 핵심부문별 구조조정 과제들은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매듭지어진게 하나도 없다. 아무리 의지와 노력을 참작한다 해도 두달간의 「구조조정 성적표」는 객관적으로 낙제점임을 부정할수 없다.
개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외채협상 하나 타결됐다고 「유일한 합격과목」인 고금리정책마저 면제를 요구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완다 챙 IMF아태부국장도 외채협상타결 직후 『한국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실금융기관이 더 정리되고 재벌들이 실제로 계열사를 처분하고 정리해고가 완결되는등 부문별 가시적 구조조정 성과가 있기 전까지 「획기적 금리인하」는 불가능하다는게 IMF의 시각이다.
◆인도네시아 변수
IMF가 한국의 금융정상화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는 인도네시아의 외환위기다.
공식확인된 국내 금융기관들의 인도네시아 여신(97년 3월 말 현재)은 ▲은행 34억달러 ▲종금 15억6천만달러 등 49억6천만달러이나 부외·역외거래분까지 합치면 최대 1백50억∼2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사실상 「지급불능(디폴트·default)」에 들어간 상태여서 돈을 꾸어준 국내 금융기관들은 외채협상타결로 상환부담을 덜게 된 단기외채(최대 2백40억달러)만큼의 채권을 고스란히 떼일 위기에 처해 있다. 외채만기연장이 가져온 외환시장 안정효과는 인도네시아 부실로 완전상쇄되고 국내 외환수급상황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휴버트 나이스 단장이 1일 『고금리정책은 외환시장이 보다 확실하게 안정된 후에 수정될 것이나 아직은 그 때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도 「인도네시아 변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안정합의는 미조정 수준
정부와 IMF간 「단계적 금리인하」합의로 연 30%로 되어 있는 묵시적 금리목표는 연 25% 안팎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IMF 고금리정책의 기준이 되는 환매채(RP)금리는 현재 연 28%에서 25%선까지 낮춰지고 콜금리도 연 20∼25%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그러나 임부총리와 나이스단장간 「단계적 금리안정」합의는 문자그대로 기조불변속의 미조정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새 정부가 공식출범해 가시적 개혁조치들을 취해 나가고 인도네시아가 3월 대통령선거를 끝내고 외환위기를 진정시킬 때까지 금리가 IMF 이전수준(연 12∼13%대)으로 떨어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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