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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식인의 고백/김경희 여론독자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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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식인의 고백/김경희 여론독자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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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사 여론독자부에 날아드는 홍보지중 관리들의 동정자료 다음으로 많은 것이 각종 학회의 세미나나 심포지엄등 학술회의 알림 자료이다. 「세계」 혹은 「국제」 등의 타이틀을 단 무수히 많은 학술단체나 연구기관이 경쟁적으로 세미나를 연다. 「경제정책과제와 경기전망」「금융동향세미나­97년의 분석과 98년의 전망」「동아시아 경제의 전망과 과제」…. 지난해 10월말에서 11월초 IMF구제금융 신청을 코앞에 둔 절박한 시점에 신문의 「오늘의 사람들」면에 실렸던 각종 세미나의 제목들이다. 수시로 신문지면에 이름과 얼굴이 오르내리는 많은 학자들이 그 자리에 참석해 현황을 분석하고 내일을 전망했다.

 과연 그 자리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까. 「우리 경제는 이대로는 안된다」 「이대로 가면 국제수지적자가 심화하고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 뭐 대충 그런 결론이었을 것이다. 시내 호텔이나 전국의 휴양지 호텔에서 느긋한 얼굴로 만난 그들은 짐짓 그런 경고성 전망을 하고는 서로 덕담을 나누며 헤어졌을 것이다.

 과연 지식인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외환부족이 침몰의 뇌관이 되었지만 우리 사회는 바늘끝만 갖다대도 펑하고 터질만큼 갖가지 부조리의 포화상태에 있었다. 오늘의 위기가 오로지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리들만의 잘못일까.

 서울대 송호근 교수(사회학)는 최근 펴낸 「IMF사태를 겪는 한 지식인의 변명­또 하나의 기적을 향한 짧은 시련」(나남출판)이란 단행본의 서문에서 변혁에 대한 신념과 소명감을 지녔던 소장학자가 IMF라는 벽 앞에서 느끼는 처절한 열패감과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다.

 『길지 않은 나의 삶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일 수 밖에 없는 국가파산의 위기 앞에서 나는 설익은 정서나 교수로서의 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다만 한없이 부끄럽고 한없이 반성하고 싶을 따름이다』

 적어도 지식인이라면, 남보다 더 배울 기회를 가졌던 학자나 고위관리라면 이같은 사태앞에서 뼈저린 자기반성은 있어야 할 것이다. 순진한 국민들이 『억』소리조차 내지못한채 가혹한 IMF조건을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왜 그많은 학자들은 침묵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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