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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설총의 묘(차따라: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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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설총의 묘(차따라:39)

입력
1998.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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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계설화,우리나라 최초 ‘다기록’/부모 원효·요석공주 영향으로 무애다풍·왕실다도 두루 통달/충신할미꽃이 왕모란에게 “차와 술로 정신을 맑게” 충언/꽃을 의인화해 군왕에 훈계 우리나라 최초의 문자인 「이두」를 만든 대학자 설총. 설총은 해동의 석가로 숭앙받는 원효대사와 신라왕실이 애지중지하는 요석공주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로서도 남다른 혈통을 지니게 된 설총은 차에 관해서도 일가를 이루게 된다. 어릴때는 「거침이 없다」는 아버지의 「무애차풍」을 익혔으며 자라면서는 어머니쪽으로부터 신라왕실의 화려한 다도에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신라의 고도 경주에는 원효와 요석공주, 설총의 체취가 배인 유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설총은 신문왕(재위 681∼692)의 권고로 「화왕계설화」를 만든다. 꽃을 의인화해 군왕이 지켜야할 계율을 전하고 있는 이 설화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문학이지만 차인들에게는 우리나라 최초의 차와 술에 관한 기록으로도 받들어지고 있다. 설총은 이 설화에서 왕을 꽃 중의 꽃인 모란꽃으로, 충신은 할미꽃, 간신은 장미꽃으로 비유하면서 할미꽃으로 하여금 모란꽃에게 여쭙게 한다. 『비록 기름진 쌀과 고기로 창자를 채우더라도 아름다운 차와 술로써 정신을 맑게 해야 하옵니다. (중략) 대개 임금된 분 가운데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를 좋아하고, 곧고 올바른 자를 싫어하지 않는 이가 드물었기 때문에 맹가는 불우하게 일생을 마쳤고, 풍당은 말단 벼슬로 머리가 희어졌읍니다』는 내용의 화왕계를 듣고난 왕은 군왕으로 해야할 도리를 깨닫게 됐다.(삼국사기 열전)

 중국과 일본에도 차와 술을 의인화한 얘기가 있다. 다만 중국과 일본의 설화는 차와 술중에서 어느 것이 더 이로운가를 논하고 있는 반면 설총은 술과 차 모두 우리에게 이로움을 역설한 것이 다르다.

 중국 당나라의 향공진사인 왕부가 남긴 「다주론」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차가 백초의 우두머리라고 나서자 술은 인의예지의 덕이 있기에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다고 주장했다. 차와 술이 서로 자기 자랑을 계속하자 제 3자인 물이 나선다. 인생은 땅, 물, 불, 바람으로 성립되는 것, 차나 술도 물이 없이는 본색을 드러낼 수 없다고 말한 물은 스스로 겸손하여 성스러운 공덕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둘 사이를 화해시켰다」

 일본 오쓰사(을진사)의 란슈꾸(란숙)선사가 지은 「주다론」도 「망우군(술을 마시면 근심 걱정을 잊는다)」으로 의인화한 술과 「척번자(번민을 없앤다)」로 이름한 차가 서로 우열을 다투는데 한인이 중재자로 나타나 『술덕이나 차덕은 같다』며 화해시키는 내용이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내가 최고라는 술과 차의 다툼을 제 3자가 화해시키는 것이라면 설총은 「다주우열론」이 아닌 아름다운 차와 술이라는 「다주동위론」으로 펼쳐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자학회 회장 김재섭씨는 「설」자와 「차」자를 동의어로 보고 있다. 김씨는 그 증거로 94년 작고한 중국의 사학자 낙빈기의 저술인 「금문신고」를 들고 있다. 금문신고는 중국의 강당사학계가 신화시대로 단정하고 있는 4,500년에서 4,300년대까지 200년 동안의 삼황오제시대가 실제시대임을 밝혀 중국학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저서이다. 금문신고는 「설」이라는 성씨는 당시 국가의 제사(국제)를 관장하는 벼슬을 가진 제례관(지금의 총리급)에게 하사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책은 또 춘추좌전 정공 원년조(BC 509년)에 실린 「설의 대부가 말하길 우리 설나라의 태조인 해중은 설 땅에서 살면서 하나라의 차정이란 벼슬을 하였소. 그뒤 해중은 다른 땅으로 옮겨 갔으나 그의 후손 중훼는 설땅에 살면서 탕임금의 좌상이 되었소」라는 기록을 들면서 여기에 나오는 차정은 제례관으로 차정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설과 해중이 바로 BC 2411년 임금인 고신씨를 모시고 차와 술로 제사를 지냈던 제례관이었던 곤의 직계 후예라는 것이다. 한편 김씨는 나아가 『지금도 중국 윈난(원남)의 일부지방에서 차를 설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 등 여러 정황으로 봐 설이라는 어원에서 우리의 명절인 「설」이라는 말이 연유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설과 차가 같은 뜻이기 때문에 설에 지내는 제례를 차례라 함이 자연스럽다는 주장이다.

 경주에서 불국사역으로 가다 분황사가 있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진평왕릉. 여기서 오른쪽 농로를 따라 약 500m를 가면 설총의 묘소가 나온다. 이 묘소가 설총의 묘로 확인된 것은 40여년 전. 1년에 한번 음력 10월 초정일에 전국의 설씨 후손들이 모여 묘제를 올리고 위폐가 있는 서악동 서악서원에서는 정월 중정일과 8월 중정일에 제례를 지낸다. 올 설날 차례는 정월 중정일인 13일에 올린다. 경주설씨종친회 회장 설관주(61)씨는 경주설씨시조인 거백할아버지로 부터 원효는 18대, 설총할아버지는 19대라며 『우리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차를 좋아 했다면 후손들이 차한잔 올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이번 차례때는 술과 함께 차를 올리겠다고 말했다.<김대성 편집위원>

◎인터뷰/김정수 한국창작음악연구회장/작곡가 6명에게 위촉 CD발매·연주회 통해 차 마실때 어울리는 다도음악 창작 보급

 한국창작음악연구회 김정수(51·추계예술대 교수·서울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회장은 올해 창작음악의 주제를 「차」로 정하고 다도음악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차와 국악이 어우러지면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대금연주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김회장은 82년 국악연주자들로 구성한 한국창작음악연구회를 16년째 이끌고 있는 국악현대화의 기수이다. 한국창작음악연구회는 그동안 한해 한번씩 그 해에 맞는 테마를 정해 지금까지 80여곡을 발표해왔다. 한양대 이종구 교수의 「상주모심기 노래에 의한 변주곡」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창작음악의 주제를 「차」로 정한 것은 우리 차를 마시며 듣는 음악,차례의식에 활용할 수 있는 국악을 고르기 힘든다는 어느 차인의 푸념에서 비롯됐다. 김회장은 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를 「차와 우리 음악의 다리놓기」원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작곡가 6명에게 위촉한 작품이 7월께 완성되면 9월께 CD를 출시한 후 10월25, 2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발표회를 가질 예정. 이때 다례시연을 겸한 대대적인 「다도음악」활성화 운동을 추진하는 한편 「프랑스 아비뇽축제」등 국제행사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김회장은 『차음악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고 작곡자는 물론 국악연주자들이 차나 다례 및 다도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점이 문제이지만 앞으로 차인들과 긴밀한 협력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차인들이 차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그 분위기를 확산시키면 우리 차와 전통문화의 우수성이 재인식될 것이다. 결국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을 더욱 아끼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02)580­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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