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입증 등 어려워 무혐의처리 예상검찰이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을 25일 앞두고 김당선자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취임전에 사건을 종결함으로써 김당선자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검찰은 이날 수사착수를 발표하면서 이번 수사에 중수부의 전역량을 투입해 취임전에 마무리짓겠다고 밝혀 이같은 의도를 분명히 했다.
검찰 수뇌부는 이 사건 처리를 놓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해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국가적인 경제난이었다. 수사에 나설 경우 기업인 소환과 금융기관 계좌추적으로 경제위기를 악화시킬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한때 정식 수사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나, 수사없이 종결할 경우 검찰이 떠안게 될 부담 때문에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박순용 중수부장은 이에 대해 『고발장이 접수된데다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착수를 발표하고도 관련자 소환 등 수사과정은 비공개키로 해 「수사 불가피」입장과 「파장 최소화」 사이에서 묘책찾기에 애쓴 흔적을 보여주었다.
이같은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이번 수사가 자칫 김당선자의 혐의사실을 벗겨주기 위한 모양새 갖추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중수부장은 이에 대해 『미리 어떤 결론을 갖고 수사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면서 『결론이 예상과 달라질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취임을 앞둔 김당선자의 사법처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고발내용에 대한 내사와 법률검토에서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당선자가 돈을 받은 92년에는 공직에 있지 않았던데다 대선에서 낙선했기 때문에 뇌물죄나 사전수뢰죄의 성립이 어렵고, 알선수재죄의 경우 구체적인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김당선자를 무혐의 처리할 경우 한나라당의 금융실명제 위반혐의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거리이다. 특히 국가기관이 자료유출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로 「대선자금 수사불가」라는 종전 입장을 사실상 바꾸는 것이어서 김영삼 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의 불씨가 언제 다시 발화할지 주목된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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