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협상타결 불구 외채규모 여전히 큰 부담/새로운 시작 다짐 있어야”당초 예상과 달리 뉴욕 외채협상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타결됐다. 협상타결은 지난해 12월 이후 외환위기에 억눌리고, 실업등으로 인해 우울한 설날을 보내던 국민들에게 그나마 위안을 주는 낭보임에 틀림없다.
협상타결의 골자를 보면 이번 협상대상금액 250억달러 가운데 240억달러를 평균 8.1%의 금리로 정부 지급보증하에 만기를 1∼3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며, 우리의 외환사정이 개선될 경우 중도 상환할 수 있는 소위 콜옵션이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관철됐다.
물론 이는 이번 협상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J P 모건사를 중심으로 미국계 은행들이 내놓은 당초안보다는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특히 이번 협상의 최대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유리한 금리타결로 인해 우리는 연간 약 30∼70억달러(4조8,000억∼11조2,000억원)의 이자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이번 협상결과로 단기외채 원리금 상환부담이 줄어들고, 대외신뢰도가 제고될 경우 환율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협상결과와 연계된 선진국들의 지원자금 80억달러가 유입됨에 따라 외환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소지가 있다. 이럴 경우 환율안정→주가회복→금리안정→실물경제침체 둔화 등의 선순환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번 협상이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 하더라도 외환위기에 대해 낙관론을 갖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이다. 우선 이번 협상으로 단기외채부담은 경감됐다 하더라도 금년에 외채이자만 약 130억달러(약 2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을 과연 현재 우리나라 국제수지 구조상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더욱이 2000년부터는 외채원금도 상환해야 되기 때문에 단순히 외채의 기간별 구조개선만으로는 힘이 되지 않으며 결국은 외채의 절대규모를 줄여 나가야만 외환위기 해소의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외채이자 부담은 차치하고 이번 협상에서 240억달러가 만기연장됐다 하더라도 우리는 나머지 600억달러(약 96조원) 이상을 금년에 상환해야 된다. 물론 이번 협상의 결과는 나머지 단기외채 연장협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금년에 상환해야 할 단기외채 부담은 우리 경제의 현 여건에 비해 과중한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외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한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지금과 같이 외환위기의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청문회까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외채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들여오고 외채상환 부담은 국민들이 져야 한다는 결론때문에 「도덕적 해이」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 정부의 지급보증을 빌미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다시 외채를 무분별하게 들여올 경우 자칫 외환위기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대외적으로도 동남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금융위기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부실채권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동남아 금융위기로 부실채권을 추가적으로 안게 되고, 설상가상 대장성 수뢰사건으로 정부의 통제력까지 약화할 경우 일본의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우리 외채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이 자국의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을 회수할 경우 우리의 외환위기가 재연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따라서 이번 협상 타결 이후 일부에서 성급하게 형성되고 있는 외환위기에 대한 낙관적 시각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번 협상결과를 토대로 정부도 IMF 프로그램 이행의지 천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우리 경제에 접목시켜 실질적으로 경제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외국투자가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국민도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하에서 구조조정과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앞으로도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국제금융가와 외국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역시 태국과 인도네시아와는 다르다』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금모으기 등 범국민적 차원의 위기극복 운동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대우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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