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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난립과 거품/이무상 연세대 교수·의학교육학과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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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난립과 거품/이무상 연세대 교수·의학교육학과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8.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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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어느 주한 미군사령관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들쥐적 의식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예로 월급쟁이 기성의사들은 전원이 전문의인 동시에 대부분 교수이다. 즉 중대형병원 의사중 전공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교수이다. 또한 개원의 비율은 매년 줄고 있지만 대략 전체의 3분의 1이며 거의 전원이 전문의이다. 즉 고교 졸업후 평균 15년간의 교육과 군을 거쳐서 전원이 전문의가 되었고 대부분이 교수가 되었다. 어찌보면 대단한 교육열이고 국민의료를 위하여 다행한 일이다. 우리처럼 형식적으로나마 최고급 진료가 제공되는 나라도 드물다. 하지만 제대로 교육받은 한 사람의 의사는 인체질환의 70∼80% 영역에서 진료능력을 갖는다는 것이 국제적 정설이니 우리는 거품과 낭비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한다.또한 얼마전까지 어느 대학병원이든 항상 환자가 초만원이었다. 이 대학병원환자중 실제 환자다운 환자는 얼마 안되기 때문에 의료수요에 거품이 있다고 보고 낭비적 의료공급체계와 부실한 의학교육 체계를 지적하여 왔지만 집단 이기주의라고 매도되었다. 그러나 낭비와 거품은 요즘 IMF 난국을 맞아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보건소를 찾고 많은 대학병원들이 환자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누구의 손실인가? 진실로 의사들만의 손실인가? 왜 많은 선진국들은 국민의료관리에는 사회주의 개념을 도입하며 의료인력 공급을 통제할까?

금년 대학입시에서는 현 난국 때문에 의예과의 인기가 특히 높다. 그래서 정치관료들은 의대 공급을 더 하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인지 4,000달러인지 모르지만, 의약분업이 없고 이원화한 의료체계하에서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8%가 국민의료비이고 인구대비 세계 최다의 의과대학과 입학정원을 갖고 있음에도 의대 설립인가설이 아직도 난무한다. 진실로 「문민정부는 못말려」이다. 국민의료를 위한다는 가장된 정치적 명분과 현 정부가 선호하는 「만사에 OECD수준」을 위함이라면 실로 철부지이다. 대량의 의사공급이 국민경제와 국민의료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검증되었음에도 이들은 오늘의 외환난을 초래한 당국자처럼 오직 정치적 목적만이 「지고의 선」이라는 의식을 갖는다. 이들은 지난 5년간에 이미 9개의 부실한 소규모 의대를 인가하여 과거의 어느 정권보다도 국민의료에 거품을 불어 넣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그러나 국민의료를 위하여는 의료인의 수보다는 적정의 양질 의료인이 존재하는게 중요하다. 어느 직종보다도 윤리가 강조되어야만 하는 의료인 공급에서는 다수의 악화에 의해 적정의 양화가 구축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의료인력 공급만은 시장경제원리를 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지 절대로 의사들만을 위한 게 아니다.

물론 적정규모 예측은 의료 외적인 불확실성 요인도 많기 때문에 어렵다. 또한 의료인의 생산성이 과학발전에 따라 빠르게 늘고 있으며, 건강한 인구의 증가와 질병 감소 및 의료정보의 보편화와 정보통신기술 이용으로 기존 순수 진료개념의 의료인 수요는 대폭 감소가 예상되므로 적정규모 판단이 더욱 어렵다. 더구나 의료 및 교육의 개방과 이원화한 의료 공급체계, 통일후의 다양한 수준의 북한 의료인력을 감안하면 판단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의료수요는 우리의 모든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거품과 왜곡현상이 심하여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크게 제기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처를 우리와 비슷한 비용체계와 공급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은 86년에 비하여 91년에 의대 입학생을 350명, 졸업생을 820명 감축하였고 6개 의대를 폐쇄하였다. 일본은 81년 80개 대학에 입학정원을 8,360명으로 고정하였는데 85년부터는 전년도 대비 1,660명을 줄이기로 하고 착실히 집행중이다.

그러나 우리도 OECD회원임을 자랑하는 문민정부의 정치관료들은 오직 현 OECD수준에의 도달을 위하여 의료인력공급도 자유시장기능에 맡기고, 의료계의 논리는 집단이기주의라고 단세포적 시각으로 매도한다. 심지어 정부내 전문관료들의 의견도 무시된다. 그들은 선진국들이 현재 의사 1인당 인구가 200∼400명이나 650명내외가 적정수준이라고 보고 의대를 줄이고 정원을 감축하는 것에 대하여 눈을 감는다. 우리는 앞으로 만약 선진국처럼 하려고 해도 그동안 소규모 부실 의과대학을 대량인가함으로써 이미 의료인력관리에 대한 정책수단을 많이 상실해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같은 대학간 통폐합 방법만이 있는데 난립한 의과대학들을 통폐합해 거품을 빼는 것은 기업의 M&A보다 더욱 어려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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