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건의일뿐” 의미축소 불구 GM합작 등 중대논의 오간듯/박 대변인 “김 회장 배포 크더라” 빅딜 암시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면담은 복합적이면서도 중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면담장소가 대통령직인수위의 당선자 집무실이었고 분위기도 무척 좋았다는 외형적 모습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내용상 주목되는 점은 김회장이 가지고 들어간 노란 서류봉투속의 문건을 김당선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박지원 당선자대변인은 『그 서류는 재계 구조조정을 위해 새 정부가 해줘야 할 기업애로사항 해소방안과 수출장애 제거를 위한 요구사항 등을 담고 있을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김회장이 전달한 서류에는 「빅 딜」(대규모 사업교환)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개괄적인 의중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추론이다.
특히 회동시간이 45분이나 됐지만 박대변인의 발표가 고작 5분 정도의 내용에 불과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나머지 40분동안 중대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배석자인 김중권 당선자비서실장과 박대변인 모두 『「빅 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직접적 언급이 없었다 해도 행간을 보면 「빅 딜」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박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대화내용 중에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의미있는 언급들이 있다. 『나의 메시지를 재계에 전해 달라』 『경제인들이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김당선자의 발언은 김회장을 구조조정의 선도자 내지는 메신저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회장도 『대기업 구조조정의 모범이 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김당선자 주변에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은 대우의 구조조정계획에 대한 호평이 나오는가 하면, 『대우가 「빅 딜」에 나서면 시너지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박대변인은 『대우와 GM의 50억달러 합작 협상에 대한 얘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신문(한국일보)에 난 수준의 논의였다』고 말해 이같은 얘기가 오갔음을 시인했다. 박대변인이 무심결에 『김회장의 배포가 크더라』고 말한데서도 대우의 구조조정계획이 그동안 다른 재벌들이 보여준 수준을 넘어설 것임을 암시했다. 이종찬 인수위원장도 『분위기만 봐도 뭔가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게 느껴지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회장은 『2월 중순까지 구조조정방안을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김당선자의 우호적인 태도, 김회장의 적극적 자세에서 대기업개혁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읽히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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