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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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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란 사실(현실)에 근거하여 해법과 진로를 찾도록 노력한다는 뜻이다. 청나라 때 공리공론을 일삼던 양명학파를 배격하면서 나온 말로 후에 실학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현대중국에서는 1941년 마오쩌둥이 「우리의 학습을 개혁해야 한다」는 연설에서 이 말을 인용했고, 79년엔 덩샤오핑이 「문화혁명을 비판하고 반성한다」는 강론에서 이를 이념화할 것을 주장하면서 중국국민의 좌우명이 되다시피 했다. 지금도 교과서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만져보는 것과 같다』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 20일 베이징에서는 현대화 20년을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79년 덩(등)이 주창해 개혁 개방이 시작된지 올해로 2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공과를 분석하고 미래의 발판을 굳힌다는 취지였다. 엄청난 경제발전을 찬양했는가 하면, 그로 인해 빚어진 부작용들도 거론하면서 실사구시의 미흡을 지적했다. ◆그 회의에서는 특히 요즘의 한국이 도마 위에 올라, 그동안 교과서처럼 배우고 따랐던 한국식 경제성장 모델의 허점이 무엇인가가 화제가 됐다. 중국정부도 이를 재검토키로 했다고 발표한 터여서 우리 참석자들은 몹시 민망했다고 한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줄 모르는 관리들, 속이고 숨기며 자기이익만을 좇는 기업들, 허세 과시로 우쭐대기 일쑤인 가진 자등 모두가 실사구시의 철학을 외면했기 때문이란 질타였다. 우리측 한 참석자는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어떡합니까. 이웃의 우정어린 충고로 받아들여야지요. 양약은 쓰다고 하지 않습니까」하고 말하면서도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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