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유통·금융도 중복투자·과당경쟁 폐해어느 업종을 털어낼 것인가. 5대그룹들이 정치권의 강력한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요청을 받아놓고 고민에 빠졌다.
30대그룹 대부분이 20여개 이상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특히 상위 5대그룹은 거의 전 업종에 걸쳐 서로 전선을 이루고 있다. 이때문에 국내에서 치고 받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우리 기업끼리 출혈경쟁하면서 거래선을 뺏기거나 제값을 못받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어서 재계에 대한 빅딜요구는 쉽게 수그러 들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과 현대 LG 대우 SK 등 주요그룹들이 맞붙어있는 업종은 반도체와 조선 정유 자동차 석유화학 이동통신 항공 건설 금융 유통 등이다. 최근들어서는 특히 주요 그룹들이 유통과 금융 등에 경쟁적으로 참여해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의 폐해를 낳고 있다.
따라서 정리대상 기업을 고르는 방법은 그룹내에서의 비중과 업종내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지니스위크가 주요 그룹별로 포기해야 할 업종과 주력해야 할 업종을 제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분석은 특히 한국 재벌의 문어발 정리작업이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돼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경우 자동차와 조선에 경쟁력이 있고 삼성은 반도체와 금융에서 다른 그룹보다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LG는 석유화학업종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어 금융이나 반도체 정보통신에 대한 비중의 축소를 통해 유화부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대우는 업종내 2위인 자동차와 조선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나 정보통신과 금융에서는 뒤진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에서 버려야 할 업종으로는 항공 석유화학 등이 삼성은 조선 중공업 항공 석유화학, 대우는 전자와 통신, LG는 금융을 각각 버리는 방향으로 그룹간 빅딜이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가장 우선적인 빅딜대상으로 떠오른 자동차만 예로 들더라도 세계 자동차수요는 4,800만대에 불과하지만 세계 생산능력은 6,500만대다. 이같은 세계적 공급초과상태에서 삼성이 새로 뛰어들고 이에맞서 기존 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강화,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선부문에서는 5개그룹이 경쟁하고 있다. 93년말기준 건조능력이 585만GT(총톤수)였으나 현대 한라 삼성의 증설경쟁으로 94년부터 4년간 940만GT로 늘어났다. 석유화학에서는 기초설비인 납사분해시설을 기준으로 무려 7개그룹이 참여하면서 치열하게 시장쟁탈전과 함께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87년 50만5,000톤이었던 납사 분해능력은 삼성과 현대의 갑작스런 진출과 함께 급격히 늘어 10년사이 10배나 늘었다. 3개그룹이 뛰어든 반도체부문도 생산능력이 93년부터 97년까지 4년간 무려 14배 증가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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