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해말 동부전선 전자전장비를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꾸었다. 이 결과 당초 800억원으로 예상했던 구입가격을 300억원선까지 낮췄다. 「관행」을 포기하고 「합리」를 선택한 것만으로 무려 500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절약한 것이다.또 지난해말 하푼 함대함미사일 사격연습을 위한 모의훈련기를 도입하면서 역시 경쟁입찰로 전환함으로써 96년 142만달러에 달했던 구입가격을 불과 49만달러로 낮췄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국방부는 시중 일반경쟁가격보다 무려 30%이상 비싼 가격으로 16년째 축협과 군납우유 수의계약을 해 오고 있다. 그동안 군 내부에서조차 그 불합리성을 여러차례 지적해왔음에도 불구, 국방부는 올해도 이 「관행」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더구나 올해는 IMF한파에 따른 정부예산규모의 대폭 축소로 장병급식비까지 동결된 마당이다. 그런데도 장병 우유지급량을 매일 1팩에서 주 4∼5회로 줄이면서까지 수의계약을 고집하고 있다. 단순계산으로 뽑아봐도 다른 기관수준의 경쟁입찰가로 공급받게 되면 굳이 급식량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
본보에서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자 국방부는 22일 『경쟁입찰할 경우 예산절감은 가능하지만 관행으로 해온 것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축산농가보호를 위해 합당하지 않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그러나 『축산농가보호는 좋은 명분이지만 그건 농림수산부의 일이지, 장병이 먹을 양까지 줄여가며 국방부가 나서야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답변을 얼버무렸다.
국방부는 올해도 국내총생산(GDP)의 3.1%인 14조여원의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한푼의 세금낭비조차 용납되지 않는 요즘같은 시기에 국방부의 한가한 현실인식은 납세자의 입장에서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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