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자가 국제적으로 인기를 끈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대통령역할이 국정의 대표보다도 대한민국 주식회사 사장으로 강조되는 시점이어서인지 대통령당선자의 국제적인 인기는 「우리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국제적인 거물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휘호를 써줄때마다 이런 장면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어 우리 상품을 사줄 선진국 국민의 안방으로 전송되겠구나 생각하면 흐뭇해지기도 한다. 당장은 빚갚으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더불어 한국문화가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반사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 이미지가 높아지면 언젠가는 수출확대와 연결된다.그래서 더욱 아쉬운 것이 대통령 당선자의 한문휘호. 우리 고유의 글이 있다는 사실을 이 참에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데 왜 굳이 중국문화 홍보를 도와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교수의 지적(한국일보 22일자 6면)처럼 수출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가 처한 한계는 문화적 이미지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중화문화의 이미지가 있다. 일본도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해서 일본상품을 사고, 일본음식을 먹으면 왠지 남다른 인간이 된 것 같은 환상을 서구인들에게 심어준다. 더구나 이른 문호개방 덕분에 일본이 동양문화의 원류인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 옥스포드문화사전을 뒤져도 한지는 「일본종이(Japanese Paper)」이고, 옻칠은 「일본칠(Japanese Lacquer)」이다. 이런 문화를 일본에 전해주었다고 믿고있는 우리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문화를 널리 알리겠다고 나선 만화영화가 또 외국어 일색이다. 주인공의 이름도 라젠카 가이런 아티 등 서구식이다. 누리 나루 수리등 어느 언어권이나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우리 이름도 많은데 말이다. 이러니 어린이들은 상상놀이를 즐길때면 늘 서구식 가명을 쓴다.
돈 드는 일도 아니다. 매순간, 매상황을 기회로 활용해야 하는 우리이다. 외국인과 접촉이 많은 사람은 한문대신 한글명함으로 새겨 먼저 우리이름을 보여주고 뒤집어 영문을 전달하면 어떨까. 대통령 당선자도 휘호는 「태산이 높다하되」로 쓰면 어떨까. 세계 언론이 주목할 때를 우리 것을 보여주는 호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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