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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중에 생긴 일/박원순 변호사(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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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중에 생긴 일/박원순 변호사(아침을 열며)

입력
1998.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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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3개월간 언론의 호의적 대우를 받는다. 이와 같이 언론이 일정기간 새로운 대통령을 좋게 써주는 것을 이른바 「허니문」기간이라고 한다. 지금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취임도 하기 전부터 언론만이 아니라 국민과도 「허니문」기간을 보내고 있다. 살얼음판의 IMF체제를 잘 극복하며 단추를 하나하나 잘 끼고 있는 느낌을 주면서 인기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잘못 낀 첫 단추가 있다.권노갑 전 의원이 20일 석방되었다. 알려진대로이다. 이미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자의 청와대 회동 직후 홍인길 권노갑 두전의원의 석방소식이 전해졌고 홍전의원은 지난 15일 석방되었다. 두 사람이 현직 대통령과 곧 취임할 대통령의 가장 총애하는 「가신」의 한 사람들인지라 퇴임과 취임을 앞두고 상호간에 작은 선물을 주고 받은 것이라는 오해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일까?

어느 대통령도 자신의 친인척과 「가신」을 등용하고 발호하는 것을 용인하겠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모든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는 단호히 친인척의 정치참여와 이권개입을 철저하게 막겠다고 공약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퇴임시에 는 그 친인척과 측근이 벌여놓은 온갖 부패와 비리에 국민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곤 하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그 예외가 없었다.

권노갑전의원의 석방은 인간적인 면에서 보면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고난의 시기를 함께 하며 김대중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하였던 그의 정치역정을 보면 김당선자의 배려가 있을만 하다. 더구나 수많은 여당의원들의 부패는 차치하고 그를 구속한 것은 야당에 대한 탄압의 수단으로 선택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 액수에 있어서나 경위에 있어서나 항변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사정이 그렇더라도 그는 사법부로부터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이제 그 복역의 초기단계에 있다. 그런데 그가 모셔온 김대중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석방된다면 이것이 앞으로 김당선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는 자명하다. 더구나 김당선자의 주변에는 그동안 궁핍과 차별 속에 살아온 사람들, 권력비리 관련자들도 있어 이들이 권력의 양지로 이동하면 부패의 유혹을 받을 것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를 의식하여 김당선자 스스로 선거운동기간중에 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공직에 등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것은 예외없는 사정때문이었다. 과거같으면 엄두도 못낼 고관현직의 사람들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국민들은 이제 진정으로 「문민정부」가 왔음을 실감하였다. 그러나 집권 중반이후 자신의 측근들, 심지어는 아들까지 거액의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면서 초반의 점수를 모두 잃었다. 과거 비리로 감옥을 갔다온 측근들이 슬며시 복권하였다. 더 나아가 자신의 손으로 구속한 사람들을 모두 풀어주고 이들은 원상복귀하고 말았다. 국민을 우롱한 것과 다름없었다. 기세등등했던 김대통령은 국민의 따가운 눈총속에 이제 황망히 청와대를 떠나려 하고 있다.

대통령은 혼자 잘 한다고 좋은 평가를 얻는 직책이 아니다. 혼자서 칼국수를 먹는다고 『나는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모든 공직자의 부패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당연히 부패여지가 있는 사람들을 제거하고 청렴한 사람만 등용해야 한다. 굳이 다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모든 능력에 앞서 청렴성은 공직자의 으뜸가는 덕목이다. 오늘의 이 경제위기는 실상 부패문화의 필연적 결과이다. 모든 국가기능 사회기능이 총체적 부패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부패방지법이 필요하고 인사청문회가 필요하며 검찰과 감사원의 개혁이 그래서 필요하다. 김당선자의 성패는 바로 부패를 잡느냐에 달려있다.

부패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담보하는 첫째 원칙은 철저한 신상필벌의 정책이다. 부패한 자는 반드시 적발하고 적발된 자는 필벌하고 형을 받은 자는 완전히 복역하여야 하며 복역을 마친 자에게는 부정한 재산의 몰수, 공직취임금지가 가해져야 한다. 이 「풀 코스」에서 어느 하나라도 작동이 되지 않으면 부패는 막을 도리가 없다. 여기에는 정의와 배려가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읍참마속이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다. 김당선자가 이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않고 어찌 역사속에 오래 남는 대통령이 되겠는가.<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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