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에서 연이어 발표되는 재벌의 구조조정 방안이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미국언론의 대체적인 반응은 『김대중 차기대통령의 개혁의지는 확실하지만 기업이나 노동계층이 함께 동참할지는 두고보아야 한다』는 것이다.워싱턴에 있는 한 컨설팅회사 간부의 입을 통해 엿본 미국 재계의 평가는 「아직은 미지수」였다. 그동안 한국과 관련된 활동을 펴온 이 간부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보여줘야할 개혁조치의 관건은 기업의 투명성』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정치권, 특히 새 정부가 정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의 재벌들은 오랜 기간동안 워낙 큰 힘을 키워왔기때문에 정치지도자가 강력히 밀어붙여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의 정치역량에 대해 아직도 많은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사실 재벌개혁이 유야무야될 가능성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조기 졸업하기 위한 슬로건처럼 다시 등장하고 있는 「수출구국」의 견인차 역할을 재벌이 하게될 것은 자명하다. 국민적 동참에 높은 환율까지 감안하면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게 돼 무역수지가 좋아지고,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도 IMF에 대해 큰 소리 칠수 있게 될 것이지만 재벌의 입지도 높아진다. 재벌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날 결합재무제표의 도입등에 대해 소위「시기상조론」이 업계뿐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나올수 있다. 재벌들은 80년이후만해도 새 정권이 들어서는 등의 정치적 격변기때마다 개혁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현실여건상 너무 서두르면 부작용이 크다』는 말로 개혁을 미뤄왔다.
이제 국제사회는 한국이 지나온 길을 너무도 소상히 알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못미더운듯 선뜻 투자의 발길을 돌리지않고 있다. 『한국 정치인중 재벌의 신세를 별로 지지않은 DJ(김대중 당선자)에게 한번 기대해본다』는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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