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11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초록색 혁명복 대신 감청색신사복에 넥타이까지 맨 말끔한 차림으로 바티칸에 나타났을 때 온 세계가 놀랐다. ◆59년 바티스타부패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정부를 세운 이래 그는 혁명복을 거의 벗은일이 없었고 더군다나 공산주의자들이 천적으로 여기는 종교지도자를 환대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스트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은 예수회학교를 다녔고 쿠바혁명정부 아래서는 단 한사람의 순교자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인구의 40%가 가톨릭인 쿠바를 한번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를 수락했다. 21일(현지시간) 드디어 교황이 쿠바 수도 아바나에 도착했다. 그는 적어도 2백만명 이상이 모인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고 전국순회를 하게 된다. 교황이 쿠바방문을 하는 동안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쿠바난민들은 전세선을 타고 고향을 방문하는 것도 허락된다. 1천명 이상의 플로리다 난민이 아바나미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지난날 동구공산주의를 무너뜨린 자유의 사도역을 했다. 그가 폴란드를 방문하면 폴란드가 자유화되고, 체코를 방문하면 체코공산주의가 무너졌다. 서구의 유일한 공산국인 쿠바도 교황방문으로 자유화 바람이 불 것인가. 그러나 교황을 힘들여 초청한 카스트로의 계산은 좀 다르다. 교황은 쿠바정부를 약화시키기 보다는 강화시킬 것으로 믿고 있다. ◆교황방문으로 미국은 결국 쿠바에 대한 무역제재 조처를 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정치색깔이야 바뀌든 안 바뀌든 이번 교황방문을 계기로 지난 40년간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온 쿠바국민들의 생활이 넓게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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