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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부족” 질타에 재계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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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부족” 질타에 재계 곤혹

입력
1998.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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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구조조정문제를 놓고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과 대기업간의 신경전이 거듭되고 있다. 김당선자측은 대기업들이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총수사재의 과감한 출자를 통해 고통분담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측은 요구의 취지는 잘 알고 있으나 시원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주문한다. 김당선자가 대기업구조조정에 확실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DJ입장/“재벌이 국민가슴 울려라”/사재 출자·구체적 「빅딜」 결단을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이 대기업 총수를 향해 강도 높은 주문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의 대기업 개혁 프로그램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21일 발표된 삼성그룹의 개혁계획에 대해서도 김당선자측에선 불만이 제기됐다. 김당선자 진영은 이날 비공식 논평임을 통해 『사재를 내놓겠다는 것은 진일보한 느낌』이라면서도 『그러나 구체성이 결여돼 기대에 못미치며, 특히 삼성자동차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수준의 과감한 구조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개혁의 강도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김당선자측의 대기업에 대한 요구는 총수 사재의 「투자」와 사업교환(빅 딜) 등 두 가지로 압축된다. 상호지급 보증 해소와 결합제무재표 도입 등의 조치는 정치권이 주도할 개혁조치로 대기업측이 발표할 몫이 아니라고 아예 선을 긋고 있다. 대기업측은 이를 지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중점은「빅 딜」에 두어져 있다. 한계기업 뿐 아니라 흑자 기업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과감히 통폐합,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김당선자측은 대기업간 사업교환뿐 아니라 외국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삼성자동차를 언급한 것도 김당선자측이 구상하고 있는 「빅 딜」의 규모가 초대형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김당선자가 언급한 「살아남을 만한 기업」의 범주에는 세계적 초우량기업만이 포함돼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개인재산 문제와 관련, 김당선자측은 국민 감정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가 정리해고에 직면해 있는 만큼, 경제 파탄에 대해 보다 책임이 많은 대기업 총수들이 「성의 표시」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대기업 오너들이 기업자금을 사용화해 왔다는 비판적 인식이 깔려 있다.

김당선자는 전날 박태준 자민련 총재와의 전화통화에서 92년 대선당시 국민당 정주영 후보의 선거자금문제를 언급, 『개인재산 3조원을 내놓겠다고 하더니, 선거를 대부분 회사돈으로 치렀더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유승우 기자>

◎재계입장/「빅딜」은 기밀 어찌 밝히나/“재산 이미 출자상태” 일부선 고민

정치권이나 여론은 재벌들에게 『개혁 동참의지가 약해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나오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이지만 재계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재계 관계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지 감은 충분히 잡았으나 시원하게 밝힐 수 없는 속사정도 알아 달라』고 하소연이다.

재계는 정치권과 여론의 주문을 ▲기업주의 사재출연과 ▲반도체(chip)에서 배(ship)까지 만드는 문어발 경영의 탈피 및 ▲이를 위한 계열사 처분이나 그룹간 빅 딜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기업주의 사재출연은 규모와 방법이 문제일 뿐 삼성 이건희 회장을 시작으로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그룹은 그러나 『실제 총수의 재산 모두가 입보(기업채무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이거나 주식으로 출자된 형편이어서 내놓을 재산이 없다』고 밝혀 이 주문 역시 고민이다.

계열사 처분이나 그룹간 빅 딜 등은 주요 그룹 모두의 어려움이다. 그룹 고위관계자들은 『내놓고 밝힐 수 없으며 실천방안이 마땅히 있지도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처분대상 기업을 밝히면 해당 기업 근로자들의 반발을 감당할 수 없고 제값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치권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빅 딜과 관련, 재계는 『아직 주력기업을 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며 정치권의 요구처럼 큰 업무를 갑자기 떼어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재계는 또 직간접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문제에 대해 『시간을 갖고 추진할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없으며 오로지 총수만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6·25전란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따른 고통분담을 총수들이 거부하고 있는 듯 비춰지고 있는 것은 국민화합차원에서 결코 도움되지 않으며 IMF체제의 조속한 극복에도 걸림돌』이라고 지적, 보다 적극적인 개혁안을 촉구하고 있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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