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쾌가 있을까 줄잡기·줄타기 한심 낡은사람 뽑을땐 이땅에 희망이 없다”줄을 잡아랏! 대선 끝나 철 지난 엄동설한에 이 무슨 잠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하겠지만 요즘도 이 소리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사람들이 많다. 혹시나 무슨 쾌가 있을까 해서다. 새 정부 인선작업이 시작된 요즘 대선에 승리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쪽에는 모수자천으로 달려들거나 연줄 대고 다리 놓으려는 온갖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한때 YS에 줄대어 한 판 잘해 먹고도 요즘에는 YS를 비난하며 자기는 YS에게 당했다거나 그와 무관하다고 기염을 토하는 이들도 있다. 권력의 황혼에 땅거미처럼 퍼지는 배신의 그늘을 본다.
줄잡기와 줄타기. 참으로 한국의 진풍경이다. 능력이야 있든 없든 줄만 잘 잡으면 한몫 챙기고 팔자 고치고 고대광실 떵떵거리고 한 풀고 권세 휘둘렀다. 그런 반면 줄 잘못 잡아 재산 탕진하고 패가망신하기도 했고 줄타고 까불다가 떨어져 제명대로 살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동아줄, 썩은 줄, 낡은 줄, 쇠줄, 밧줄, 오랏줄…. 줄타령이 생긴 것도 한국의 얘기다. 이런 줄타령은 이 나라가 예측 불가능한 사회임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줄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예측이 불가능한 공동체는 힘이 지배하는 야만일 뿐 이미 국가가 아니다.
대선공약으로 주요 권력기관장등 고위 공직자의 임명시에 인사청문을 실시하겠다던 DJP측은 대선후 한다 안한다 하며 논란을 벌이다가 여론의 비판속에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의 임명에서만 인사청문을 하겠다고 얼버무리고 있다. 말을 뒤집지 말고 약속대로 정도를 가는 것이 옳다. 그래야 논공행상에 따른 정실인사와 연고주의 인사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고 DJ측의 인사청문회 구상이 「JP죽이기」의 전술이라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도 막을 수 있다.
모름지기 국가제도는 특정인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인사청문제도는 국가운명을 좌우할 주요 공직자의 임명에 있어서 공정성과 적합성을 확보하고 적재적소로 인물을 배치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 동의절차에서의 인사청문은 국회법 제65조의 청문회규정을 정비하면 되고 장·차관 안기부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등 고위 공직자 임명에서는 따로 법률로 인사청문제도를 마련하면 된다.
새로 출범할 DJ정부는 개혁정부이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정치적 노선이 그럴 뿐아니라 이 나라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책이 개혁이기 때문이다. 개혁은 의지와 구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이념과 원리가 분명히 확립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실천성있게 마련해야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개혁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개혁 세력을 조직하고 개혁을 추진할 능력있는 인물을 각 위치에 정확히 배치해야 한다. 이렇듯 새 정부는 인사에서부터 개혁정부의 성격이 분명하게 살아있도록 해야 한다.
인사청문을 실시하는 고위직이든, 대통령이 임명하는 각종 공직이든 반개혁적인 인물은 새 정부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헌법이 정한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는 사람, 카멜레온처럼 평생 권력을 좇아 변신한 사람, 부정부패로 처벌된 사람, 거액의 정치자금을 주무르며 금권정치를 일삼은 사람, 국민의 지탄을 받은 사람, 뇌물죄등 공직을 모독한 죄로 공직에서 추방된 사람, 도덕적으로 공직 취임에 부적합한 사람, 국가정보를 빼내어 정치적으로 거래한 사람,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람, 무능한 사람등은 결코 공직에 임명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대선을 돌이켜 보면 과거 공직에서 추방되었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후보들에게 접근하였고, 김당선자측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들이 다시 논공행상으로 고관대작을 차지하거나 정부 산하기관 등 이권기관을 거머쥐고 한몫 챙긴다면 개혁은 둘째치고 이 땅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정의가 살아나지 못하고 법이 권위를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DJ정부가 개혁정부이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은 종래 이런 온갖 작태를 벌이면서 국가를 거덜낸 역사를 청산하고 제2의 건국을 해야 하는데 있다.
나라는 국가부도에 직면하여 하루하루를 숨차게 버텨나가고 있고 영문도 모르던 국민은 날벼락 맞듯 일터를 잃고 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권세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국민을 속이며 「해먹고」 남은 나라꼴이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나라에 정의가 무너지고 시스템이 붕괴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너무나 늦게 깨닫고 있는 것이다. 현단계 위기를 직시하면 새 정부의 인사야말로 국가의 앞날과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임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충혈된 눈이 새 정부의 인선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좌절과 고통의 늪으로 빠뜨려진 국민을 더 이상 분노케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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