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어선 나포는 양국이 어업협정 개정문제를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 그 어느 때보다 양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번에 「3만구호」를 나포한 것은 지난해 6월 오대호를 신영해 침범 혐의로 처음 나포한 이래 7번째다. 이번 사건은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일본에 대해 어업협정파기 재검토를 촉구한 20일에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일본 각의가 23일께 어업협정 일방파기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라는 점 등의 정황으로 인해 매우 민감하게 번질 조짐이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일본이 어업협정 파기를 앞두고 시한폭탄의 뇌관에 불을 붙인 셈』이라고 규정했다.관계자들은 또 지난해 11월 양국 외무장관의 밴쿠버 회담에서 어선나포를 자제키로 합의했던 사실을 다시 지적하면서 일본의 의도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일본측도 이 대목을 십분 의식하는 모습이지만 일단 「사전의도」가 개재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오다노 노부다케(소전야전장)주한 일본공사는 21일 외무부에 『개인적인 관측으로는 (어선나포에)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무부 관계자들은 일본측의 이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인상이 역력하다. 지난해 10월말 나포된 개림호 선장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던 일본이 외교관계 악화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또 다시 어선을 나포한 데에 다른 의도가 없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관측통들은 먼저 일본이 한일어업협정 파기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3만구호를 고의로 나포했을 가능성을 들고 있다.
최근 일본이 제안한 협정의 공동효력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기에 따른 책임을 한국측에 전가시키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어업협정파기를 통해 직선기선에 의한 신영해문제도 함께 해결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무부는 현·차기 대통령이 일본의 협정파기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다. 사건이 조기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 양국 외교관계 악화를 넘어 국민 감정악화로 이어질 공산마저 있다.<권혁범 기자>권혁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