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 박현숙(51·서울 동대문구 석관동)씨는 설날을 맞으려면 은행부터 간다. 조카 10명에게 줄 세뱃돈을 1,000원짜리와 5,000원짜리 새돈으로 마련하기 위한 것. 『설날 아이들 재미가 세뱃돈 받는 것인데 특별한 기분이 나도록 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하는 박씨는 취학전 어린이는 1,000원을, 초등학생 어린이는 5,000원을 세뱃돈으로 준다.집집마다 세뱃돈을 주고받는 문화는 다르지만 올해의 공통된 특징은 지난해보다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 긴축의 시대에 세뱃돈은 어떻게 주는 것이 좋을까. 자녀교육상담 전문가인 정송(아버지의 전화 대표)씨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들떠있던 세뱃돈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일러준다. 「아버지의 전화」에 걸려온 상담내용을 보면 오히려 어린이들이 요즘 경제위기를 더 심각하게 느끼고 절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때문에 세배의 의미를 일러주고 세뱃돈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면 더 잘 알아듣는다고 정씨는 낙관한다. 대신 『연필 한자루, 공책 한권을 선물하더라도 정성스럽게 건네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들려준다.
민속연구가 심우성씨는 『전통으로 돌아가면 쉽다』고 일러준다. 원래 우리 전통에는 돈을 주지 않고 세배를 받으면 어른이 세배상이라고 식혜 유과 과일같은 간단한 음식상을 내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선물을 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여자아이라면 골무 실패같은 침선도구를, 남자라면 지필묵 중 한가지를 했다고 한다. 굳이 돈을 줄때는 반드시 봉투에 넣어 「책값」「붓값」이라고 용처를 써서 내렸다. 심씨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그냥 건네주는 최근의 이상한 풍습때문에 아이들이 할아버지 주머니를 뒤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어른이 어린이를 가르치고 베푸는 전통으로 돌아가자』고 들려준다. 굳이 세뱃돈을 주겠다면 반드시 봉투에 덕담을 써서 함께 넣어 주라는 것. 심씨 자신은 이 전통을 지키다보니 「인기가 떨어져서」 몇해전부터는 도서상품권을 선물한다고 한다. 『책값을 주던 전통에도 맞는다』면서.<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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