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사무장 등 맡아 경찰서·병원에 상주하며 많게는 수임료의 50% 챙겨/편법·무리한 소송 곳곳 물의『「사무장님」하고 반반씩 나눠 갖는 걸로 보면 됩니다』
서울에서 개업하고 있는 L변호사(37)가 밝힌 수임료 분배원칙이다. 경찰서나 검찰, 병원 등에 줄을 대고 형사사건이나 교통사고를 수임해 오는 「사건브로커」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형사사건이나 교통사고 수임료 중 브로커가 차지하는 몫은 보통 30%가량. 그러나 전직 경찰이나 법조직원 출신의 「잘 나가는」 브로커는 40∼50%를 챙기기도 한다. 이들은 대개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 실장 등의 명함을 들고 다니면서 사건을 수임하고 심지어 변호사 행세를 하며 접근하기도 한다.
사건브로커의 농간때문에 중소도시 등에서는 몇몇 변호사가 형사사건을 「싹쓸이」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얼마전 구속된 경기 남양주시의 한 브로커는 경찰서 사건의 70%를 혼자 맡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사건을 잘 끌어오는 브로커는 억대의 몸값을 받고 스카우트되는 일도 허다하다.
교통사고 환자가 많은 병원에 상주하며 합의 및 소송을 처리하는 교통사고 전문브로커도 있다. 이들은 환자나 가족에게 접근해 보험회사 지급기준보다 많은 돈을 받아주겠다고 유혹한다. 자신을 브로커라고 밝힌 이모(33)씨는 『피해자 대부분이 보험회사의 지급기준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먼저 브로커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측 모두 소송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대개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본다』고 말했다. 지급기준과 소송사이의 영역이 브로커들의 활동공간인 셈이다.
L보험사 관계자는 『손해사정인의 경우 7%의 수수료만 받지만 브로커들은 20%이상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온갖 편법을 동원한다』며 『보상액이 뻔한 피해자들에게도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해 단순장애사건의 경우도 2년 가까이 합의를 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변호사 선임 없이도 해결되는 사건에 브로커가 개입해 수수료를 챙기는 사례는 형사사건에 더욱 많다. 영장기각이 분명한 사안인데도 경찰과 짜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후 다급해하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자연스럽게 수임료를 뜯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건의 경우 대부분 변호사 모르게 진행돼 수임료는 고스란히 브로커의 차지가 된다.
경찰이나 법조 직원이 직접 나서서 브로커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검찰이 밝힌 브로커 실태에 따르면 일부 법원 검찰 경찰 교도소 직원들이 20% 내외의 소개료를 받고 변호사에 사건을 보내고 있다. 최모(40)씨 가족은 최근 『C변호사로 바꿔 선임하면 집행유예정도로 형량을 내려줄 것』이라는 검찰직원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700만원을 내고 변호사를 바꿨지만 결국 징역형을 받고 말았다. 최씨의 동생은 『350만원만 돌려 받았다』면서 『변호사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고 문제의 검찰직원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법조계에서는 『브로커의 농간으로 인한 법조비리의 피해자는 다름아닌 변호사 업계 전체』라고 지적한다. 브로커를 고용한 몇몇 변호사가 물을 흐리면 다른 변호사들도 어쩔 수없이 브로커를 찾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브로커가 차지하는 소개료는 법률소비자인 국민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그래서 변호사 중개제도의 전면도입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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