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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에 울고 사기에 또 울어/여권사기범죄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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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에 울고 사기에 또 울어/여권사기범죄 판친다

입력
199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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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사 취업속여 중국 등에 판매/일부선 생계어려워 팔아먹기도실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이용한 대규모 여권사기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국제여권위조 및 밀입국 알선조직들이 극심한 실업난을 악용, 유령회사를 차린 뒤 취업희망자들로 부터 관련서류 일체를 받아내 여권을 발급받아 팔아넘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범죄조직은 이같은 수법으로 손쉽게 대량확보한 여권을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에 팔아넘기는 것으로 밝혀져 관계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김모(52·경기 수원시 권선구 교동)씨는 최근 생활정보지에서 무역업체로 위장한 D실업의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원서를 냈다. 김씨는 일주일뒤 합격통보와 함께 『중국출장이 잦은 만큼 주민등록증과 사진 등 여권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가져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관련서류를 모두 제출한 뒤에도 출근하라는 연락이 없어 다시 찾아가 보니 회사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관계당국을 통해 수소문한 결과 이 회사는 유령회사였고 김씨의 여권은 이미 중국에서 7백만원에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지난해 가을 부도나 새 직장을 구하던 박모(39)씨도 역시 무역회사를 위장한 T사를 통해 똑같은 사기를 당했다. 박씨는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언제 해외출장을 갈 지 모르는데 여권도 없느냐」고 핀잔을 줘 서둘러 여권발급 서류를 제출했다』며 『이상한 감이 들었지만 워낙 취업이 급했던데다 사흘후 주민등록증을 돌려받아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의 여권은 지난해 11월 일본에 입국하려던 재중동포 이모(35)씨가 후쿠오카(복강)공항에서 제시했다가 현지 경찰에 적발됐다.

국제여권위조 및 밀입국알선 조직들과 연계된 이들 유령회사들은 관련서류 등을 넘겨받아 사설여행사 등을 통해 여권을 발급받은 뒤 회사 재직증명서를 첨부, 「합법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생계가 어려운 사람 가운데 자신의 여권을 이들 국제범죄조직에 돈을 받고 파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으며, 이들 여권매매희망자들과 범죄조직을 중개하는 브로커들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관계당국은 밝혔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권은 재중동포 사이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무비자협정국이 많아 제3국 밀입국도 자유롭다는 이점때문에 중국과 동남아지역 국가에서 7백만∼1천만원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국가안전기획부는 이같은 경로로 대량반출된 여권 일부가 북한으로 넘겨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정보수집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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