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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쿠바방문 ‘신념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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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쿠바방문 ‘신념의 충돌’

입력
199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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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20세기의 두 거인이 이번주 작은 섬나라 쿠바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온세계는 숨을 죽인채 지켜볼 것이다.마르크스를 추종하는 세계가 신의 말씀과 만나게 된다. 사회정의와 경제평등을 외쳐온 100년 지상낙원 이데올로기가 신의 영원한 권능에 대한 헌신, 인간존엄성을 믿는 2,000년 신앙과 조우하는 것이다.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공산주의가 붕괴했어도 카스트로는 이 「실패한 신」의 충실한 진짜 신봉자로 남아있다.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그의 종교가 언젠가는 이 무신론 공산주의의 마지막 유물을 쓸어버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둘은 잘 어울리는 적수이다. 둘다 각자의 왕국에서 절대적 통치자이다. 둘다 각자의 신념에 대해서는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주의자이다. 카리스마와 매력을 갖추고 있다. 빛나는 지성과 의지력으로 각자의 신념체계를 수백만명에게 강제하며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둘다 능란한 정치가인데다 궁극적인 역사의 심판에 대해 자기류의 안목을 지니고 있다. 가톨릭 학교교육, 수재, 운동선수 등 성장배경까지 닮았다. 둘은 또한 육신이 불굴의 정신을 따라주지 못하는 서글픈 인생의 황혼기에 서있다.

둘중 누가 신념의 충돌에서 승리할 것인가.

사람들은 카스트로가 국민의 종교적 굶주림을 포용하고 체제불만을 누그러뜨려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럽의 투자유치라는 보다 실질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 자본을 더많이 원한다면 그만큼 쿠바를 서방의 빛에 더 드러내야 한다. 교황의 방문은 이런 많은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쿠바와의 협상에서 교황은 줄곧 대규모 옥외 미사를 고집했다. 교황에게는 복음의 전파 자체가 인권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는 세계 어느 곳 인간의 역사에서도 배척될 수 없으며 개인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곳에는 미래가 없다는 믿음이다. 교황은 쿠바 정부가 더많은 외국선교사, 교회의 사회활동, 언론에의 접근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황은 잃을 것이 별로 없다. 공산주의와의 전투에서 기독교는 언제나 승리해왔다고 확신하고 있다.

카스트로는 그가 교황의 이같은 도전을 견뎌낼 수 있음을 입증하려 한다. 민주 세계의 위대한 챔피언을 고개 숙이지 않고 맞아들이는 주인역을 연출하는 중이다.

카스트로와 요한 바오로 2세는 다만 인간이고 둘다 머지않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토록 신봉했던 신념의 운명이다. 기독교는 거의 2,000년을 유지해왔고 쿠바혁명 정부는 겨우 39년이다. 가톨릭 교회는 264명째 교황이 죽은뒤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교회 제도와 신념은 어느 개인보다 강하다. 상처투성이인 쿠바 혁명이 카스트로 이후에도 살아남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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