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헐값구입 혈안 당국지원도 생색뿐/“국제경쟁력 갖춘 신기술 사장위기” 허탈『벤처하면 뭐합니까. 재벌은 거의 공짜로 기술만 빼앗으려 하고 당국의 지원은 있으나마나하니 신기술 특허품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대학생 벤처창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서울대 「웹콜」팀(대표 김태엽·28)이 지난해 3월 특허출원이후 10개월동안 맛본 것은 허탈과 좌절뿐이었다.
서울대 신기술창업네트워크의 제1호 창업팀인 김씨 등 20대 4명이 국내최초로 개발한 「웹(Web)2폰(Phone)」은 인터넷을 이용, 국제전화를 시내 통화요금으로 할 수 있는 통신시스템. 세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3개사만 생산하고 있는데다 국내소비도 많아 수입대체효과도 높은 신기술이다.
컴퓨터에 장착하는 이 제품의 대당 가격은 국내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스라엘제가 3천달러인데 반해 10분의1도 안되는 2백60달러다. 통화료도 미국 퀵넷사 제품이 미국과의 통화에 분당 10센트이지만 1센트로 가능하다.
이들이 지난해 8월말 서울대에서 유수의 대기업 등 업계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웹콜 공개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때만해도 희망에 부풀었으나 이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잇따랐다.
지난해 10월 재벌 계열의 전자회사가 컴퓨터 대당 소프트웨어 값으로 5백원을 주겠으니 기술을 넘기라고 제안했다. 돈없는 학생들이 생산은 할 수 없을 테니 거저 먹겠다는 속셈이었다. 다른 재벌의 계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생각했으나 불가능했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청이 주최한 「제1회 대학생 창업 경연대회」입상으로 받은 5억원의 무담보 신용보증지원서로 은행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자가 일반대출보다 고작 0.5%포인트 낮아 위험부담 때문에 「그림의 떡」이었다. 게다가 수상당시 약속됐던 중소기업진흥공단 창업보육센터 우선입주권도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IMF한파까지 몰아치자 미국과 일본의 컴퓨터 업체 2곳에 상용화 테스트까지 끝난 2차 버전 샘플을 보내 개당 1백50달러(약 30만원)에 협상중이다. 김씨는 『지금과 같은 풍토속에서는 창업을 미루고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낸 뒤 역으로 국내에서 인정받는 방법 밖에 없다』고 허탈해 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