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으기 국민운동이 전국에 메아리치고 있다. 며칠전 보도에 따르면 한국일보와 MBC, KBS등이 벌이고 있는 이 운동에 참여한 인원은 140만명을 돌파하였으며 이 숫자는 한국 가구수의 약 7분의 1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들이 수집한 금은 10톤 가까이 되었으며, 5.3톤은 이미 수출하여 그중 900만달러의 대금까지 받아 한국은행에 예치하였다. 이 운동은 일반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했을 뿐만아니라 기업체, 종교계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따라서 그 호소력은 당분간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운동은 외국 언론에도 소개되어 한국민들의 나라사랑하는 저력의 한 사례로, 혹은 위기에 대처하는 국민적 단결의 한 모습으로 비치기도 하였다. 외국언론들은 이 운동을 두고 한국의 국가적 신인도의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였다.이렇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금모으기운동은 1907년의 국채보상운동을 연상케 한다. IMF라는 국제기관에 빚을 지고 간섭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1907년 당시 우리의 외교권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으로부터 1,300여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그들이 파견한 재정고문 메카타(목하전종태랑)의 간섭을 받아야 했던 것과 비슷하다. 운동의 주체 역시 예나 지금이나 민간이며, 언론기관이 그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던 점도 공통적이다. 국채보상운동은 처음 2,000만 국민이 3개월간 담배를 끊어 국채를 보상하자는 것이었으나 운동이 진행되는 동안에 금반지와 금비녀까지 헌납하는 뜨거움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90여년의 간격은 있지만 국민들의 의식 속에 면면히 흐르는 나라사랑하는 정열은 변함이 없다.
금모으기운동은 나라사랑하는 충정을 보이는 국민적 결단임에 틀림없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도 있다. 그것은 첫째 이 운동은 국민적인 열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금에 비해서는 아직 소량밖에는 모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금을 약 3,000톤으로 계산하고 있으며 그것은 시가로 약 300억달러에 해당하는 가치라고 한다. 그 정도의 액수는 G7 국가들이 이미 약속했으나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는 80억달러의 거의 4배에 해당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은 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이 운동을 외면하고 있으며 더욱이 금괴를 가진 사람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20여톤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을 감안한다면, 다량의 금붙이를 가진 사람들이 흔쾌히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는 이번의 국민운동에서도 국가를 더 염려하는 측은 오히려 소시민들이고 소위 「가진 자」들은 관망하거나, 아예 이같은 애국운동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을 엿보게 된다. 이같은 추정이 사실이라면 이 운동을 외면하고 있는 「지도층」이나 「가진 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행여나 이들이 뒷날 다시 금의 부족사태가 일어날 때를 대비하여 동참하지 않다가 뒷날 이들이 다시 이재하는 기회를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지 않아도 개인과 기관에 따라서는 수십만, 수백만달러를 그들의 금고에 퇴장시켜 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판국인데 금모으기운동마저 이들 가진 사람들이 외면하면서 뒷날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는 취할 자세가 결코 아니다. 우리의 국난극복의 역사에서와 같이 이 운동에서도 「민초」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지도층」과 「가진 계층」의 반성을 다시 촉구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이 운동이 국민들의 애국적인 정열을 조직화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그 동안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를 희석시키거나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조금이라도 내포하고 있다면 국민들은 이 운동의 진면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운동에는 방송 언론사가 앞장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껏 그들이 금융위기에 대한 예언자적 감시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데다가 국민들의 사치 향락을 방관해온 일면이 없지 않은 만큼 이 운동으로 혹시 국민적인 분노를 애국심으로 자리바꿈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도 짚어보아야 한다.
국민들은 이 운동을 단순히 애국적인 금모으기 차원에서만 전개할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를 초래한 정권과 거기에 동조한 세력들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를 지속적으로 견지하면서 이같은 「분노」를 생산적인 국가자원으로 승화시켜 나가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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