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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해금산조 음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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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해금산조 음반 발표

입력
1998.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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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세월을 침묵으로 털어내고 다시 내뿜는 해금 선율/지영희류·서용석류 한군데 묶어 “편안하면서도 깊은슬픔 담긴듯”20년 가까이 무대에서 사라졌던 명연주자가 음반을 냈다면 일단 귀가 쏠릴 법하다. 해금연주에 있어 김영재씨와 더불어 양대산맥으로 꼽히며 용호상박을 이루던 최태현(50·중앙대 한국음악과 교수)씨가 지영희류·서용석류 두 가지 해금산조를 한 장의 CD에 담아 삼성뮤직에서 냈다. 80년 이후 공개적인 연주를 끊고 이론연구와 후학지도에 전념해온 그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나온 산조전집에 지영희류 긴산조를 녹음한 것도 88년의 일이니 음반은 10년 만이다. 오랜 침묵 끝에 발표한 음반인만큼 반갑고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완성된 음반을 들어보니 소리가 많이 달라져 깜짝 놀랐다. 젊을 때는 감정의 폭발을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드러내기보다 안으로 삭이려는 마음이 앞섰다. 나이 탓일까. 소리가 꽃처럼 피어나지 않고 가라앉은 느낌이다. 성깔있는 표현을 만들던 강한 보잉(활쓰기)도 이제는 안정됐다』

달라진 소리에 그는 불안을 느낀다. 『내 모습이 아닌 것 같다』며 낯설어한다. 직접 쓴 음반해설지에서 『진정 나만의 소리는 있는가. 부끄럽다』고 자문자답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에 대해 『못다한 애정을 누를 길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한 고백은 완벽을 추구하는 진지한 음악가의 열망 어린 한숨처럼 들린다.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한범수류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해금산조이다. 서용석류는 89년께 태어난 신생산조로 부분연주가 더러 있었으나 전곡녹음은 이 음반이 처음이다. 둘을 한 데 담았으니 해금산조 공부에 좋은 교과서라 하겠다.

『다른 산조가 남도 계면조어법으로 짜여진 데 비해 지영희류는 경기시나위 가락을 바탕으로 한 데 독자성이 있지요. 서용석류는 감정기복이 크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평이하다 할 만큼 편안하지만 깊은 슬픔을 자아냅니다. 감정을 여러 갈래로 잡아당기지 않고 푹 잠기게 하지요』

한창 때 왜 활동을 중단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구구한 설명 없이 『개인적 결단』이라고만 답했다. 무대연주를 재개할 계획은 없을까.

『이번 음반에 아쉬움이 많다.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실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것은 말하자면 전선에 나서는 것이다. 다른 것을 포기하고 연주에전념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일시 만회용이라면 해봤자다』

갈등에 찬 조심스런 답변이다. 그의 소리찾기는 어쩌면 영구 진행형일 것이다. 그를 무대에서 만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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