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단호한 모습으로 박수받은 ‘국민과의 대화’ 이제 위로부터의 개혁에 먼저 나서야 할 때이다”DJ는 확실히 TV시대의 총아였다. 어제 나는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아, 이제 TV정치시대는 막이 오르는구나』하고 홀로 중얼거렸다.
얼마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DJ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잘된 일이다.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82.6%였는데 이번 「국민과의 TV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확인된 셈이다.
자유당 말기부터 정치부기자 생활을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만큼 「국제통화기금(IMF)시대같은 위기의 극복을 위해 하느님이 도구로 쓰기 위해 준비했던 사람도 없구나」하는 것을 확인시켜준 경우도 별로 없었다.
TV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중심이 되는 참다운 민주정치는 이처럼 「열린 대화의 장」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전국에 생중계된 TV대화에서 차기대통령은 솔직하게 오늘의 위기상황을 국민에게 알리는데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몰아닥친 IMF 경제난국을 어떻게 극복해 생존의 위기에서 국민들을 구해낼 수 있느냐에 대한 특유의 해법을 제시했다.
『내가 위기극복의 선봉장이 될 터이니 좀 도와주시오』라며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힘주어 호소할 때 많은 국민은 박수로 응답했다.
대통령당선자로서는 초유의 TV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이 설득력을 지니고 현직 대통령의 대국민성명보다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꾸밈없는 진솔함과 단호한 의지표명이 신뢰감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김대중 당선자의 말투에는 시종 유머와 위트가 넘쳤지만, 『피투성이가 된 나라』등의 표현과 『금고열쇠를 열어보니 돈은 한 푼 없고 빚문서만 가득하더라』는 비유는 참으로 비장한 것이었다.
『반드시 경제위기의 원인을 밝히는 청문회를 열겠다』는 다짐과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는 불로소득자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는 서민들만이 고통을 전담하는 것이냐는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 기득권층 특권층의 고통분담 없이는 위기극복은 공허한 메아리일 수가 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박정희정권의 국가재건, 전두환정권의 사회정화, 노태우정권의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 김영삼정권의 문민과 개혁.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말장난이었나를 우리는 날이 갈수록 더욱 생생히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당선 한 달을 넘기며 국가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DJ. 이제 외환위기로부터 한 숨 돌렸으니, 취임 한달을 앞두고 이제는 개혁에 나서야 할 때이다. 개혁은 경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마땅한 과제이다. 그동안 공평하지 못한 이득을 일방적으로 얻어온 기득권을 양보시키지 못하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온 국민이 달러와 금을 모으고, 심지어 고철까지 모으는데 정작 숨겨둔 달러뭉치와 금덩이는 나오지 않고 있지 않은가. 정부가 개혁에 솔선수범하고 재벌총수가 마음을 비워야 개혁의 물꼬는 트이는 것이다. 결국 정부개혁 재벌개혁 그리고 정치개혁이야말로 개혁의 3대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분담의 국민적 합의도출 차원에서 노사정 세 경제주체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한 국민들의 고통분담은 곧 고통 그 자체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엔 「나만 빼고 개혁하라」는 예외의 높은 분들이 있다. IMF한파의 발원지는 정치분야고, 개혁의 최우선 대상은 정치권인데도 마치 그들은 개혁의 성역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김대중 차기대통령은 이번 「국민과의 대화」를 맺는 말에서 『모두가 고통분담에 동참해서 나라가 잘되면 과실분배에도 동참하자』고 호소하여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TV시대의 DJ…. 그는 『재임중에 칭찬받는 것보다, 그만 두고 나왔을 때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을 떠난후 국민들이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다고 희망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연두 기자회견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 「국민과의 대화」는 확실히 「살아 있는」대화의 광장이었다. 70년대의 깃발 날리는 TV앵커맨으로 자처하던 「봉두완의 세계」는 이로써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짧고도 긴 2시간짜리 「당선자와의 대화」는 온 국민의 마음을 흔들며 막을 내렸다.<신문방송학>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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