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당선자측·여론 주문과는 거리/타사 수위따라 후속조치 가능성현대와 LG그룹이 19일 경영혁신방안을 발표함으로써 재계의 구조조정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날 양 그룹의 발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대한 대기업그룹의 「대응」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의 합의에 맞추려는 재계의 「다짐」성격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날 현대와 LG가 밝힌 구조조정방안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와 「재무구조 건실화를 위한 사업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는 우선 사외이사제와 감사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함으로써 투명경영의 기반을 갖추기로 했다. 또 자립경영이 불가능한 계열사를 합병 매각하는 방식으로 단시일내에 정리, 그룹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LG 역시 이사회중심의 책임경영체제로 투명경영을 추진하고 주력사의 자기자본 충실화, 비주력사업의 정리에 의한 차입금상환과 재무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LG는 또 재무정보의 공개와 결합재무제표의 조기작성으로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로 했다.
양 그룹의 이날 발표는 그러나 「재계차원의 고통분담방안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당선자와의 합의보다는 IMF가 요구한 투명성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벌총수의 사재를 기업경영에 투입하고, 주력기업을 제외한 사업에서는 모두 손을 떼라」는 김당선자와 여론의 주문을 감안할 때 「성이 차지 않는 내용」들이다. 이날 양 그룹의 발표에 대해 정치권은 즉각 『재벌들이 아직 주소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수의 재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처분대상 계열기업을 적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 그룹들의 고민도 적지않다. 해당그룹인 현대와 LG는 물론 곧 구조조정계획을 밝혀야 할 다른 그룹들은 『사실 내놓을 총수의 재산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고 계열기업에 대한 정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해당기업을 밝힐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총수의 재산과 관련, 『이미 대부분의 재산이 출자 등의 형태로 기업에 투자돼 있다』는 것이며 『외채협상을 앞두고 촉박한 상황에서 발표에만 비중을 두다보니 처분대상을 확정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설사 처분대상 기업을 정했다 하더라도 근로자들의 불안감과 처분전술상 세세한 내용을 발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주요 그룹들은 『이번 발표내용을 골간으로 구체적인 액션프로그램을 마련하겠으며 앞으로 뚜렷한 발표없이 기업 스스로 행동해 나갈 사안이 적지않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정리해고를 포함한 전반적인 고통분담 관련법들을 통과시켜야 하는 정치권입장에서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현재의 발표로 끝낸다면 노동계를 설득할 명분이 없으며 김당선자의 주문에도 전혀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삼성과 대우 SK 등의 발표를 보고 추가적인 대응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의 발표를 「1차발표」정도로 이해해 달라는 주문이다. 따라서 재계의 구체적인 자구노력과 구조조정계획은 앞으로 이어질 삼성과 대우 SK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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