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싸구려 미학에 돌을 던져라”/찌꺼기 사회에서 퍼올리는 ‘재미’/키치의 나열인가 비판의 상징인가/이젠 우리들이 대답할 차례인듯『작가는 언제나 기성품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미지는 고전을 차용했고 작품은 모두 기성품이다. 패러디(희화화)와 키치(저속취향)는 언제나 기생적이다. 자기 생산력이 없는 것이 예술인가』(기자)
『독창성이 없다는 얘기인가. 그럴 필요가 있나. 세상에는 언제나 찌꺼기가 있고, 어긋나는 것이 있다. 작품의 근거는 언제나 존재한다. 깔깔 웃으며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작가)
『작가는 지나치게 경박하게 말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클래식과 대중문화, 고급과 저급의 경계를 오가며 표피적 근대화의 허상과 욕망의 천박함을 그대로 드러낸다』(기획자)
최정화(37)씨가 가는 곳엔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국제화랑 큐레이터 박경미씨가 우경문화재단 전시기획자상 수상기념으로 국제화랑(027358449)에서 2월7일까지 마련한 최씨의 전시 「디스로케이션(잘못된 배치), 리로케이션(재배치)」도 마찬가지다. 그저 키치적 정서의 나열이냐, 비판적 시각의 상징이냐를 두고 말도 많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직업이 많다. 「가슴시각개발연구소」의 운영자이자 「나쁜 영화」의 아트디렉터, 인테리어디자이너. 설치미술가는 그에게 있어 가장 고급스런(물론 사회적 맥락에서) 직업일 뿐이다.
최씨의 작품은 「어디선가 본 것」들이다. 「갑갑함에 대하여로봇의 죽음」은 70년대 어린이의 우상 「마징거Z」, 「슈가슈가위험한 관계」는 잔칫상에 올리는 가짜 유과이다. 「퍼니게임」의 경찰은 과속을 막기 위해 지방도로에 설치했던 가짜 경찰 모형이다. 그는 언제나 우리의 일상속에서 희화화할 대상을 찾아내고 있다.
『나를 키운 서울은 날림과 날조의 그것이었다. 사회질서는 없었고, 지키면 손해보는 것. 일상의 물건이 오히려 스승이었다』 때문에 작가는 뽕짝과 여성 국극, 비닐로 만든 여신상을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그를 외국 미술관에선 모셔가기 바쁘다. 10여건의 외국전과 요코하마 가미오오카 역사, 후쿠오카 시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했고 얼마전 시드니 페스티벌에서도 작품판매를 요청받았다. 그의 작품은 「싸구려」 이미지가 물씬한데 말이다. 『고급과 저급, 대중과 상류, 전통과 천박함의 구분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지만 이런 것은 어느새 뒤섞인다. 고급과 싸구려가 만나고, 동서양이 만나는 이런 「잡종성(Hybrid)」 때문일 것이다』
그는 14일 저녁부터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경찰청에 불려갔다. 진짜 견장과 계급장을 단 경찰마네킹으로 구성된 「퍼니게임」을 전시장 외부에 전시하려다 혼쭐이 났다. 우리사회 권위의 말단 상징인 경찰을 희화한 그는 탈주범사건으로 신경이 곤두선 경찰의 비위를 건드린 것이다.
권력자나 지식인은 그를 때로는 반체제로 혹은 「문화 게릴라」로, 아니면 문화계의 「이단아」로 규정한다. 하지만 작가는 재미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에 대한 모든 논쟁은 작가의 의도일 지도 모른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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