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출마 공직사퇴시한/지금은 논의할때 아니고/공직선거 등 정치관련법/대대적 손질이 중요”누가 뭐래도 요즘처럼 정치권의 활약상이 두드러진 예는 우리 정치역사에서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전래동화의 곶감보다 무서운 IMF한파 속에서 정부·기업·노동계 모두에게서 원초적인 반성과 합리적인 양보를 유도해 내는 정치권의 솜씨가 사회전체를 기사회생시켜가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력은 행정·사법 등 어떠한 부문보다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시대정신을 열어가는 유일한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과거의 확신에 후회가 없어서 너무 좋다. 정치권력 부문이 곧 도래할 사회를 예견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할 경우,국가사회의 전체 구성원은 마치 여객기를 타고 우주로 향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7일 실시되는 광역단체장선거에 출마하고 싶은 국회의원들이 2월 6일로 예정된 의원직 사퇴시한을 늦추거나 아예 폐지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에 적잖은 아쉬움을 갖게 된다. 2월6일전에 의원직을 내놓았다가 공천을 받지 못하면 자칫 「낙동강 오리알」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고, 『지방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치단체장은 현직을 갖고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해놓고 국회의원에 대해선 90일 전에 사퇴토록 한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논리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두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째는 국회의원이 담당하고 있는 국가업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업무를 비교할 때 그 차원과 성격이 너무도 판이하다는 점이고, 또다른 하나는 정권교체라는 신기원을 경험한 우리의 정치권도 이제는 정치인의 자질과 정치제도를 구조조정할 시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국가업무와 지방업무의 합리화는 행정체제 개편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정당정치의 개혁을 동반할 때 비로소 주권재민과 주민자치라는 가치실현과 직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권교체에 따른 야당의 법적 지위와 정치적 위상 또한 재고해 정책개발과 입법과정에 협조할 수 있도록 그 제도를 고안하여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관련법에 대한 대대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하여는 정치입문 내지 정치활동과 관련하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정당법,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선거관리위원회법등, 또 국정 및 의정활동과 관련하여 국회법, 지방자치법, 공직자윤리법 등, 주권재민 내지 주민자치와 관련하여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안) 등을 상호협조 및 보완적 법률체계를 갖추도록 치밀하게 재정비하여야 하는 것이다.
94년 정치법에 대한 혁명적 입법을 완수하고 나서 제1회 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정당공천 배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힘겨루기가 있었다. 당시 야당의원들은 국회의장과 여당의 국회부의장 집을 둘러싸고 조깅동행부터 시작하여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하였는데 이때 졸속으로 개정된 기초의원의 정당추천금지는 아무런 규범력을 갖지 못하였고 결국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만 조장하고 말았다.
지금 일부 국회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단체장 출마시 공직사퇴 예외」추가는 형평성의 법리와 당사자의 현실을 감안할 때 분명 경청할 만한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는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오얏나무 밑에 서있는 갓쓴 선비」가 되고 「IMF병원 응급실의 대기의사」가 되어달라는 주문과 함께 다음의 제안을 하고 싶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정치법 개정위원회」만을 구성하고 새정부 출범후인 3월에 정치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 및 임시국회를 열어 진정한 저비용·고효율의 정치구조를 창출하고 정치인의 욕망도 구조조정하는 각종 제도를 창안할 것을 제안한다. 공직사퇴문제는 그때 가서 논의하여도 정치법 전반의 개정이 뒤따를 경우 별도의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은 고통과 시련의 시간 속에서도 너무도 오랜만에 타협과 협상이라는 정치의 마력에 한가닥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수석연구원>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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