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가고 디플레 돌입”/아·유럽 등 구매력 위축 30년대 대공황과 유사/해고 등 사회불안 증폭/IMF도 긴축 신중 필요미국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미 브랜디스 대) 교수는 15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를 통해 세계경제에 새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시대는 종말을 고했으며 세계는 이제 새로운 강적인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위기에 빠진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남미등 지구촌 도처에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각국은 수요증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요약.
70년대 통제불능 상태까지 치달았던 인플레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그러나 인플레는 극복됐으며 오히려 인플레의 반대쪽에서 새로운 강적, 「디플레」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인플레를 막는데만 익숙한 정책 입안자들은 인플레 저편에 실존하는 디플레의 위험을 외면하고 있다.
디플레는 인플레보다 더 무섭다. 30년대 대공황을 보자. 대공황은 수요가 줄기 시작한 20년대말 그 씨가 뿌려졌다. 주택과 내구소비재의 판매가 급감했다. 물가와 산업생산량도 떨어졌다.
우리도 지금 비슷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과잉수요의 위험에만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그 반대 상황에는 무관심하다.
악성 디플레의 폐해는 심각하다. 가격하락은 생산감소를 낳고 기업들은 임금을 줄이는 한편 노동자를 해고하게 된다. 심지어 폭동등 사회불안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경제는 더욱 침체된다.
수요위축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남아에서의 수요위축은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을 노린 일본 기업들은 많은 고객을 잃었으며 보잉등 미국회사들도 이 지역에 대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남미도 예외가 아니다. 실업과 실질임금 감소에 따른 중산층 붕괴와 부의 불평등 확산으로 고민하고 있다. 단일통화 가입조건을 맞추기 위해 긴축재정에 나선 유럽 국가들도 높은 이자율과 실업확산으로 사회불안마저 우려된다.
그나마 미국 경제는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은 70년대 중반이후 최저이며 지난해에는 4%의 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실질임금은 89년보다 낮다. 이는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호황경제가 가계부채로 유지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대출등 가구당 빚은 최고수준에 달했고 개인파산도 기록적이다. 미국도 한계상태로 치닫고 있다.
큰 그림을 생각해 보자. 금융위기에 직면한 아시아, 남미의 치솟는 실업률과 임금삭감,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과 실업사태, 가계부채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미국. 지구촌 경제가 디플레 사태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재무장관들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들은 나름대로 책임을 다하고 있지만 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이들은 한시 바삐 디플레를 막기 위한 조치들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고금리와 긴축재정을 지원조건으로 내건 IMF도 동남아 지역에서 진행중인 수요위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정리=이종수 기자>정리=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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