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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용인술 “실세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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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용인술 “실세란 없다”

입력
1998.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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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수위­노사정위­비서실 등 균형 유지/힘쏠리는것 막아 재계 등 “줄서기 어렵다”『DJ의 사전에 실세는 없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한 측근이 김당선자가 정권인수과정에서 드러낸 용인술을 보고 새삼스럽게 던진 촌평이다. 이 측근의 말처럼 김당선자는 특정인에게 힘을 몰아주지 않고 한정된 역할만을 맡기고 있다. 당은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대통령직인수위는 이종찬 위원장, 노사정위원회는 한광옥 부총재, 청와대 비서실개혁은 김중권 당선자비서실장에게 각각 맡겨 분점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다. 당선자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변인만 해도 3명이다. 박지원 당선자대변인, 정동영 당대변인, 김한길 인수위대변인이 역할을 나눠 맡는다. 당선자가 집무하는 장소도 삼청동인수위, 여의도 국민회의당사, 일산의 자택, 국회의 총재실 등 변화무쌍하다.

인수위가 출범할 때만 해도 이종찬 위원장이 실세로 부상하는 듯했다. 그러나 김당선자의 용인술을 잘 아는 사람들은 결코 이를 믿지 않았다. 인수위는 이내 월권시비에 시달렸고 활동반경에 선이 그어졌다. 비상경제대책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자민련 김용환 비대위원장이 지나치게 독주하자 뚝심있는 국민회의 김봉호 의원을 비대위원에 임명해 내부갈등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김당선자는 원래가 섬세한 성격에 균형을 중요시 한다. 그리고 매사를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다. 김당선자가 청와대에 들어가 중요 현안이 발생할 경우 실무진을 직접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일을 처리하다 보니 모든 일은 당선자를 축으로 해서 진행될 수밖에 없고 실세나 중간보스니의 역할은 있을 수 없다.

김당선자의 이같은 용인술은 보기에 따라 단점도 많지만 호가호위 가 통하는 우리 풍토에서는 장점도 있다. 정권마다 등장했던 실세로 인한 갈등과 후유증은 5공의 「스리 허」, 6공의 「리틀 박(박철언)」, 현 정권의 김현철씨 등에서 이미 잘 드러난 바 있다.

실제로 재계나 공직사회에서는 『누가 실세인줄 몰라 줄서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도 서울시장을 노리는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나름대로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려던 이종찬 인수위원장도 말을 아끼고 있다.

가신그룹의 재사인 한화갑 의원은 『시대에 따라 역할이 있다. 거친 시대에 우리가 뛰었다면 지금은 전문가들이 뛰어야 한다. 순리를 넘어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며 「김대중시대」의 금도를 말했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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