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3김시대의 역설/이유식 주간한국부 차장(앞과 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3김시대의 역설/이유식 주간한국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1.17 00:00
0 0

지난 14일 정가에선 작금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대변하는 몇가지 상징적 풍경이 잇달아 전개됐다. 우선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노·사·정 위원회 구성이 이날 새벽 마침내 타결된 것에 크게 고무된듯 모처럼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특히 새정부를 「50년만의 민주정부」 라고 규정하며 국민회의 당무회의, 종교지도자와의 오찬회동에서 「제2의 건국」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다.같은 날 김영삼 대통령은 상도동 주민 110명을 「소리나지 않게」 청와대로 초청,점심을 대접했다. 항간의 얘기가 어떻든, 자신은 퇴임후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일부 이웃들의 곱지않은 시선을 다독거린 자리였다. 하지만 그가 취임초 내걸었던 「제2의 건국」 이란 말이 자리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저녁엔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일본에서 귀국했다. 재일동포들의 고국돕기 격려등을 위해 방일했던 그를 맞기위해 김포공항엔 현역의원 20여명을 포함, 200여명의 환영인파가 몰렸다. 「절반의 정권지분」을 약속받은 그의 표정도 나름의 역할구상을 마무리한듯 한껏 밝아보였다.

가는 1김과 오는 2김이 이처럼 「30년 김씨시대」의 드라마틱한 요소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날, 한나라당은 대선후 처음으로 자유토론식 의원총회를 열었다. 모두가 할말이 많았던듯 이 자리에선 대선패배 책임론, 당체제 정비방향, 대여관계 재정립문제 등 갖가지 얘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뿐. 김씨 밑에서 컸거나, 그 김씨들을 적대시했던 세력의 그늘밑에서 온존해왔던 집단에게는 163석이라는 몸집이 어울리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부담스러운듯 했다. 대선기간 내내 「김씨 정치의 폐해」 에서 해방되자고 외쳤지만 정작 그 공백을 메울 준비를 게을리한채 잔머리만 굴린 탓이다.

그렇다면 해답을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새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몇개월씩 기다릴 것 없이 당장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창조적 파괴도 미룰 이유가 없다.

여당보다는 야당이었기에 더욱 분명했던 3김정치의 역사적 아이러니를 느끼는 요즘, 이런 결단만이 「김씨 없는」 공룡야당이 「IMF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