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협상방불 긴장감돈 일산자택면담/“G7 80억불 안와서 애로”/“먼저 주면 시은사용 우려”/“한국만 특별한 경우 곤란”/“그렇게 말하지는 않겠다”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과의 면담은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면담은 서머스 부장관 일행이 일산자택으로 김당선자를 예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론 서로의 입장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협상을 방불케 했다. 김당선자는 미국이 「약속」을 지켜 G7으로 하여금 80억달러를 조기 지원토록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는등 한미간의 구체적인 현안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서머스 부장관은 그러나 김당선자의 요청엔 난색을 보이면서 부실은행과 부실기업에 대한 신속한 결단 등 미측 관심사항을 열거하기에 바빴다. 면담에는 김용환 비대위위원장 유종근 당선자경제고문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이, 미측에선 보스워스 주한미대사 알라라손 미국무부 경제차관보 등이 배석했다.
다음은 박지원 당선자대변인이 전하는 대화내용.
김당선자=우리 국민들은 IMF와의 협상내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경제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출증대와 외국의 투자유치다. 정리해고제가 도입돼야만 외국의 투자가 시작될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 국제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고 경제체제를 국제관행과 조약에 맞게 개혁, 외국 투자자를 안심시킬 것이다.
서머스 부장관=(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축하메시지를 전하면서)「아시아의 만델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가 나쁘면 치과의사가 이를 빨리 뽑듯이 모든 조치는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은행들과의 협상 등 모든 것을 취임전에 해결하는 게 좋다. 미국과 IMF는 한국정부의 과거 실수를 벌주자는 게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자기 나라만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는 것은 신용경색을 초래할 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김당선자=우리만 특수한 경우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서머스 부장관=김당선자는 집권초반 국민지지가 있을 때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당선자=단기외채가 많아 불안하니 장기외채로 바꿔 주고 금리도 조정되도록 협력해 달라. G7으로부터 80억달러가 들어오지 않아 단기외채에 문제가 커졌다. 국제신인도 제고를 위해 조기지원을 바란다.
서머스 부장관=G7의 80억달러는 미국 금융계의 지원과 연계돼 이뤄질 것이다. 80억달러가 먼저 들어오면 시중은행에서 우선적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다.
김당선자=국제금융계에서 무리한 압력을 가하지 않도록 80억달러가 먼저 들어와야 한다.
서머스 부장관=법적 서류가 만들어지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실무자와 상의하겠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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