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 오인 매출급감 등 겹쳐 도산 “눈물”/대리점·협력업체·직원 합심 재기 다짐『「모닝글로리」를 살립시다』 『우리의 2세들을 외제 학용품으로 키울 수는 없습니다』
노트 필기구 등 문구류생산업체인 (주)모닝글로리(대표 황귀선·55)가 12일 부도로 쓰러지자 대리점과 협력업체들이 각계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직원들도 부도에 불구하고 정상 출근, 회사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불황으로 고전하던 모닝글로리가 결정적으로 자금난을 겪게 된 것은 지난 연말. IMF한파가 몰아친뒤 외국상표로 오인돼 일부 지역에서 매출이 20∼30%나 격감했다. 이후 매장마다 「내나라 내상품」이란 문구를 써붙이고 영업을 했으나 10여개 대리점이 도산하면서 부도사태가 본사로 이어졌다. 성실납세업체로 지정되기도 한 모닝글로리가 도산하자 대리점 협력업체들은 스스로 모닝글로리 살리기에 나섰다. 단순히 자신들만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산 문구류업계의 마지막 보루인 연매출 7백억원규모의 모닝글로리마저 무너질 경우 국내시장은 외국제품에 완전히 점령당하게 된다는 절망감 때문이다.
전국 40여개 대리점 대표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이러다가는 문구류에서 우리나라 상표는 사라지게 된다』는 절박한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각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불황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사재를 털어 「모닝글로리 살리기」광고도 내기로 했다. 또 지금까지 3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해오던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해 자금난을 돕기로 했다.
모닝글로리에 원자재 등을 공급해온 협력업체들도 재기노력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모닝글로리와 고통을 나눠갖기로 하고 당분간 환율인상에 따른 손실을 협력업체들이 안아 종전가격대로 납품하고 물량도 충분히 공급키로 약속했다.
문구업계야말로 무분별한 외제선호 풍조의 가장 큰 피해자다. 지난 연말 YMCA의 실태조사결과 서울 경기지역 중·고생의 70%이상이 외제 펜을 쓰는 등 학생 한명당 평균 5·9개의 수입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리점과 협력업체들의 이같은 노력에 모닝글로리 직원 3백여명도 똘똘 뭉쳤다. 전직원이 전과 다름없이 정상 출근, 수출물량을 납기내에 실어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디자인실 조원숙(31·여)실장은 『국산품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의 혼마저 유린당한다고 전 직원들은 믿고 있다』며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해 반드시 회사도 살리고 우리경제도 새로 일으키겠다』고 다짐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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