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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비리’ 홍인길씨 석방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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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비리’ 홍인길씨 석방 주변

입력
1998.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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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들 다나가고 ‘깃털’만 남아/검찰일각 “왜 총대메나” 비판도한보비리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 사람인 한나라당 홍인길 전 의원이 검찰의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당초 홍 전의원과 국민회의 권노갑 전 의원이 함께 석방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일단 홍 전의원만 석방했다.

검찰은 홍 전의원이 정상적인 수형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나빠져 형집행정지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다분히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이뤄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주변에서는 현 정부가 다음달 출범하는 새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 홍 전의원을 먼저 석방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권 전의원을 구치소에 재수감하고 건강상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지만 권 전의원의 석방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석방은 이미 지난 연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이후 꾸준히 거론돼 왔다. 정치권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들이 현 경제난국의 도화선이었다고 할 수 있는 한보사건의 핵심인물이라는 점에서 석방에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검찰내부에서도 형집행정지에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젊은 검사들 사이에선 『검찰이 왜 총대를 메야 하느냐』『정치권의 압력에 검찰이 굴복하면 새정부의 검찰 중립성 의지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는 정치권의 「관심」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권 두 전의원은 형 확정 후 『더 이상 수감생활을 견딜 수 없다』며 정치권에 자신들의 석방을 끈질기게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조치로 「몸통」격인 한보 관련 정치인은 모두 석방되고 이들의 압력을 받고 한보측에 거액을 대출해 준 뒤 커미션을 받은 「깃털」은행장 3명만 남아 수형생활을 계속하게 됐다. 온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한보사건은 간데없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죄값을 치르는 이들이 오히려 동정을 받는 왜곡된 현실이 빚어진 것이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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