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유입되는 외국자본 돌연 이탈따른 혼란없게 장기투자 환경 조성해야”국제통화기금(IMF) 지원자금의 조기집행, 초단기 외채의 일부 상환연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등 국제기구와 서방선진 7개국(G7)의 협조약속 등에 힘입어 파국으로 치닫던 우리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서도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외국자본들은 우리 경제의 숨통을 터주는 대신 향후 그 대가를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게끔 여러가지 선행조건들을 요구하고 있다. IMF 협상조건을 확실히 준수하겠다는 서약에서부터 정리해고제 실시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여러가지 조치의 집행이나 수용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고, 문제점이 있음을 알면서도 내놓고 말할 수 없는 입장에 몰리고 있다. 뿐만아니라 어떤 형태의 외국자본이든 일단 환영하는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그러나 외국자본이 모두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다. 유입되는 형태와 투자기간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본에는 크게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공장이나 건물을 짓고 기업활동을 한 후 경상이익을 얻고자 하는 자본이다. 직접투자라 불리는 이런 형태의 외국자본은 그 나라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생산활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고용을 확대하기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또 다른 하나는 주식 채권 외환등의 금융자산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수익을 얻으려는 자본이다. 간접투자라 불리는 이런 유형의 외국자본은 시세차익을 주목적으로 하므로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기간이 일정치 않고,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그 중에서 핫머니(Hot Money)라고 불리는 투기성 단기자본은 문제점이 많은 자본으로 알려져 있다.
핫머니는 어떤 나라에서 주가 금리 환율등의 변동이 예상될 때 그것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얻기위해 짧은 기간동안 투자되는 투기성 자본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나라에서 주가가 상승하거나 그 나라 통화가치가 올라갈 경우 주가차익이나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을 투자한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지역을 찾아 손을 털고 빠져나간다.
마치 메뚜기떼와 같이 수익성을 좆아 국제금융시장을 파죽지세로 넘나드는 이런 자본은 한 나라의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경제란 미래에 대한 장기적 예측이 가능할 경우에만 정상적일 수 있는데 핫머니는 그 자체가 주가 금리 환율등의 변동 폭을 더 크게 함으로써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외환위기가 촉발된 것도 바로 이런 핫머니의 작용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나 핫머니에 대해서는 경계를 한다.
최근 우리 경제가 회생의 기미를 보이면서 국제적 핫머니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주식 채권 원화가치가 모두 바닥세를 보이고 있고 머지 않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핫머니를 소유한 국제투자가들은 투자시점을 선택하기 위해 시시각각 시장분석을 하고 있고, 국제자본시장의 큰 손들이 직접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며칠동안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자본의 양이 눈에 띠게 증가하고 있다. 그 덕분에 외환시장의 숨통이 트이고, 주가가 오르며 금리와 환율이 조금씩 내리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언제 다시 투기성 자본으로 돌변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단기자본시장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그 양이 많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것이 갖는 파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주무부처는 경계와 대비책을 늦춰서는 안된다. 한푼의 외화라도 아쉬운 지금의 형편으로는 내놓고 실시하기 어렵지만 세제 금융 행정상의 대비책을 검토해두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외국자본이 오랫동안 머물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과 스케줄에 따라 실시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조치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제시장에서 원유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우리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여 무역수지 호전이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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