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유혈사태가 계속되면서 대규모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치아파스 인디오 수천명은 13일 오코싱고에서 군경의 시위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반정부 집회를 열었다. 하루전 시위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3명이 사상하자 분노가 더욱 커진 것이다.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22일 인근 악테알에서 친정부 민병대에 의해 원주민 45명이 학살된 이후 계속돼 온 시위의 일부일 뿐이다. 원주민들은 학살사건에 연루된 정부관리 처벌과 함께 치아파스주 자치협상 재개를 요구하며 한발도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내무장관과 치아파스 주지사가 사임하고 학살에 개입된 경찰간부가 기소됐지만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치아파스 문제는 멕시코의 역사적 짐이자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의 최대 난제다. 국제통화기금(IMF) 지원과 개혁을 통해 경제발전의 틀을 다지고 있는 세디요 정부에 지속적인 정치·사회적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치아파스 문제는 경제·정치적으로 소외된 지역주민들의 누적된 박탈감과 정부 및 지역 기득권층의 현상유지 정책에서 비롯됐다. 멕시코 최대 빈곤지역으로 인디오가 주류인 치아파스에서는 94년 1월에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란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주민들은 NAFTA가 이 지역 수탈을 위한 미국자본의 대리기구라고 주장하며 총을 들었다.
이들의 핵심 요구는 자치보장. 주민들은 이를 위해 토착 반군단체인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ZNLA)을 중심으로 투쟁하고 있다. 이들은 아울러 94년 12월 출범한 세디요 정부가 일단 경제부흥에 성공하긴 했지만 치아파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기득권층이 견고하게 포진하고 있는 집권 제도혁명당(PRI)내에서 세디요가 지역평등을 위한 총대를 메기도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국가통합없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세디요 대통령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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