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판결 전부터 나돌던 홍인길·권노갑피고인 석방설이 사실로 굳어지는 것같다. 검찰은 이번 주말이나 내주초 신병을 이유로 두 피고인을 형집행정지 형식으로 석방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의료진의 임상검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수감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나쁘다는 의료진의 소견서도 받아둔 모양이다. 반대여론을 의식해 홍피고인을 먼저 내보내고 시차를 두었다가 권피고인을 내보낼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두 사람이 풀려나면 오늘 이 국난의 단초가 된 한보사건의 주역들은 정태수씨와 관련 은행장 3명만 남고 모두 풀려나게 된다. 주범인 정피고인을 제외하면, 사건의 중요 인물들은 모두 풀려나고 시키는대로 움직인 사람들만 죄를 뒤집어쓰는 희한한 결말이 되는 셈이다.
검찰은 교도소장 재량으로 풀려나 병원생활을 하던 홍피고인을 지난 3일 재수감하면서 『증세가 호전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 병세가 그렇게 악화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 구속집행정지 처분으로 풀려난 권피고인은 지난 연말 정지기간이 만료됐는데도 대법원 확정판결문이 검찰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형집행이 보류돼 병원생활을 계속중이다. 그들이 오래 병원생활을 한 것만도 특혜로 비추어질 상황인데, 형집행 정지처분으로 풀어 준다면 법질서와 사법정의가 살아 있다고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들은 현정권과 차기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사람들이어서 더욱 의혹을 사고 있다. 홍피고인은 은행에 부실대출 압력을 행사한 핵심인물이었고, 권피고인은 유일하게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돼 부도덕성이 인정된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두 사람에 대한 석방논의가 검찰의 자체 판단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권교체가 실현된 대선 직후 정치적 배려와 목적에서 비롯된 정치인들의 논의가 검찰에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결정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정권인수기에 두 정권 실세의 무리한 석방은 새 정권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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