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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속에서도 정은 흘러요’/외국의 이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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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속에서도 정은 흘러요’/외국의 이웃사랑

입력
1998.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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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모임·지역강좌 등 이웃만들기 장려하는 사회시스템 활발/“주차문제로 다툼하는 서울이 되레 살풍경해요”미국 시카고 교외 내이퍼빌에서 14년동안 살다 온 심명규(43·서울 외국인학교 고등학교 미디어전문가)씨는 『개인적인 경험만으로 판단한다면 서울서 이웃사귀기가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3년정도 연립주택격인 「타운하우스」에서 살다가 단독주택지로 이사했는데 이사한 첫날부터 이웃에서 케이크와 파이, 수프 을 들고 먼저 찾아왔다고 한다. 짐정리가 덜 되었을테니 요기를 하라는 고마운 뜻이었다.

타운하우스에 있을때도 1주일동안 병원에 입원하자 이웃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온통 맡아 돌봐주었다고 한다. 동네사람들끼리 음식을 조금씩 해다가 함께 먹는 잔치는 물론이고 잔디 깎다가도 맥주 한잔 들이키며 자연스레 대화가 되는 등 이웃은 당연히 다정한 친구들이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아들네가 외국에서 적적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어 명절마다 눈물바람이시던 시어머니가 막상 와보시고는 「너희가 서울보다 더 재미있게 사는구나」라며 안심하셨다』고 심씨는 들려준다.

95년 귀국하자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은 아파트 단지. 『이사왔다고 말을 건넨 사람은 경비아저씨 뿐이더라』는 심씨는 『반상회에 갔더니 집값을 내려받으면 안된다니, 아이들 과외를 어떻게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 뿐이어서 놀랐다』고 한다. 어쩌다 이웃끼리 야외로 놀러갔는데 그때도 일산을 지나면서 『여기 아파트 가격이 얼마』라며 줄줄이 꿰는 주부들을 보고 놀란 기억뿐이다. 아파트라 삭막한가 보다 하고 1년전에 단독주택지로 이사왔는데 역시 심씨를 기다린 것은 이웃의 무반응. 차고문이 고장나서 이웃집 앞에 차를 댔더니 매일 차앞에 「주차하지 말라」는 메모만 있고 얼굴보기가 힘들었다. 사정을 말하려고 그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여기는 우리땅이다. 지적도 떼보면 알것이다』라는 살벌한 반응만 들었다. 심씨는 결국 요즘에는 이웃을 사귀기 위해 동네 성당에서 열리는 영어미사에 나간다. 동네에 많은 외국인이라도 사귀려는 것. 『아는 사이는 무조건 좋고 모르는 사이는 다 적대적으로 대하는 우리 이웃관계는 한국서 성장한 나에게도 너무 어색하다』고 심씨는 씁쓸해한다.

93∼96년 프랑스 파리에 살며 이웃 가족들끼리 저녁모임도 갖던 기억때문에 국내에 와서도 이웃들과 잘 어울린다는 황의선(41·외환은행 충무로지점 차장)씨는 선진국의 사회시스템이 이웃만들기를 장려한다고 해석한다. 『맞벌이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을 이웃끼리 돕지 않으면 안된다. 학교의 학부모모임, 지역단체의 주민강좌 등도 자주 열려 이웃끼리 서로 알고 돕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황씨는 『퇴근후 남자동료들끼리 술자리에서 친해지는 한국과 가족중심문화가 발달한 서구와는 이웃의 개념자체가 틀릴 것』이라는 지적을 한다.

70년대 호주에서 6년, 최근에 홍콩에서 2년을 살아본 장명숙(50·주부)씨는 『서양사회가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발달해 이웃끼리 잘 지내는 만큼 서로 규범을 지켜야 하는 긴장감도 있다면 동양은 무뚝뚝해서 이웃으로 사귀긴 힘들지만 그만큼 남 눈치 안보고 사는 편안함이 있다』고 비교한다. 다만 장씨도 『아파트에서 개키우는 것이나 집안 내부수리 문제때문에 바로 옆집끼리도 고발하네, 말안하네 하는 서울의 이웃만큼 살풍경한 곳은 못봤다』고 지적한다.<서화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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