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노인들에 밥 퍼주는 주부/시장서 커피팔아 장학금 낸 아줌마/각박한 세상 밝히는 훈훈한 손길들옆집에 살아야만 이웃은 아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 보듬고 살수있다면 다 이웃이다. 커피행상을 하며 어렵게 번 돈 1,000만원을 선뜻 불우청소년돕기 장학금으로 기탁해 화제를 모았던 「영등포시장 커피아줌마」연화자(47)씨의 이야기는 (본지 11월 27일자 보도) 나 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만으로도 세상은 얼마든지 따뜻한 이웃살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평범한 가정주부 김순덕(42)씨는 지난 95년부터 매달 1∼2일은 불우노인들을 위해 「밥 퍼주는 아줌마」로 변한다. 하루 세시간 남짓을 음식 만들고 나눠주느라 바쁘게 움직이다보면 허리며 다리가 끊어질듯 아프지만 김씨는 이 일을 하면서 『세상살이가 더 기쁘게 느껴진다』고 한다. 김씨가 자원봉사로 일하는 북부사회종합복지관 경로식당은 하루 평균 160명의 불우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곳. 추위에 입술이 허옇게 튼 노인들이 식당문을 들어설때면 밥을 푸는 김씨의 손에는 힘이 불끈 솟는다.
또다른 자원봉사자인 한영숙(41)씨는 경로식당 일을 하면서 함께 모시고 사는 시부모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됐다고 한다. 반찬 세가지에 국 한그릇, 밥이 전부인 식단이지만 맛있게 드시는 모습들을 보면 「네 부모, 내 부모 구별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씨는 『서로 잘 알지는 못해도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하면서 정이 싹트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봉투제조업을 하는 권성택(54)씨는 대학생 두명에게 대학졸업때까지 학비를 대줬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에서 학기말이면 우편으로 성적표를 받기는 했지만 학생들을 만난적은 한번도 없다. 학생들이 「남의 돈으로 공부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느끼게 하고싶지않아서였다. 그 학생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으면 그때 자신이 한것과 같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권씨의 소망.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돕기는 힘들어도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위해 조그만 정성을 쏟기는 쉽다는 권씨는 그것이 세상을 훨씬 살만한 곳으로 만들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야쿠르트의 사내 봉사모임인 「사랑의 손길펴기회」는 92년부터 매달 10만원씩을 광주시소재 천혜경로원에 보낸다. 또 12월에는 100만원씩을 세밑성금으로 따로 마련, 직접 경로원을 찾아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이 경로원 박영숙(52)총무는 『이들과 고리던지기 윳놀이 등을 하며 노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오랜만에 온가족이 상봉한 것 같다. 피붙이는 아니라도 이런게 진짜 가족사랑이고 이웃사랑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IMF한파가 세차다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한 세상은 따뜻하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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