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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암초에 걸린 ‘노·사·정 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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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암초에 걸린 ‘노·사·정 협의체’

입력
1998.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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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불가 공약 번복에 노동계 거센 반발/정부 노정관계 험로 예고애초 노동계와의 관계설정에 있어서만큼은 자신감을 보이던 차기 정부의 발걸음이 정리해고 조기실시라는 암초에 부딪혀 주춤거리고 있다.

『노동계의 협력만 얻어낼 수 있다면 삼고초려라도 하고 싶은 심정』 여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절박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노동계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노·사·정 사회적 합의는 물론, 경제난국의 조기 타개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조성기금 확대, 실업급여 지급일 대폭 연장, 해고자를 우선 고용하는 리콜제 도입, 체불임금 보전을 위한 임금채권보장기금 설치 등의 대책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것도 노동계를 끌어안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치 않다. 김대중 당선자는 당선 3일째인 지난달 22일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차관 등 미국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임금삭감만으로 기업의 파산을 막을 수 없을 때는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해 정리해고제 조기 실시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노동계는 김당선자가 『사람을 잘라내는 양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임금을 동결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질적인 구조조정을 이루겠다』 『반년동안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해고를 않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등 수차례 밝힌 「해고불가」 공약을 당선된 지 불과 수일만에 뒤집었다며 「배신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김당선자 측의 전격적인 「우선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선거 직전 김후보 지지를 비공식적으로 선언했던 한국노총 쪽이 훨씬 더 높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사법처리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지해준 대가가 겨우 이거냐』며 『경제난 책임자 처벌, 재벌개혁 등의 필수적인 선행조치 없이 「경제가 위급하니 무조건 정리해고를 받아들여라」는 식의 태도로는 절대 노동계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또한 지난달 27일 김당선자를 만난 자리에서 정리해고 조기 실시와 근로자 파견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힌 김당선자 진영은 7일 「노·사·정 협의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기호 노동부 장관과 한광옥 노·사·정 협의 대책위원회대표까지 직접 나서서 각각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들을 만나 노·사·정 협의체 동참을 호소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리해고 도입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 노·사·정 협의체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리라던 차기 정부의 노·정관계가 시작부터 이렇듯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던 데는 물론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불가항력적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 한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노·정관계를 그르치게 된 또다른 한가지 원인과 개선책을 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아무런 사전 정지작업도 안된 상태에서 언론플레이에만 치중한 게 사실이다. 노동계가 「정부가 멍에를 씌워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을 만도 하다. 따라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다각적인 대화채널을 가동해 객관적인 경제상황과 정부의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소상한 설명과 함께 노동계의 요구를 경청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중구난방으로 온갖 소문과 설들만 무성해서는 될 것도 안된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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