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100억불 지원” 제의 배경 뭘까/“미와 경제패권다툼전략” 분석도중국 베이징(북경)당국이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에 100억달러 이상의 외환을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 온 것이 확인돼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측은 당선자의 고위 측근을 비롯한 여러 채널을 통해 이같은 외환지원 의사를 전달해 왔음이 확인된 상태다. 당선자측 고위 관계자는 이와관련, 『중국은 현재 2,200억달러(홍콩보유분 포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달러 대국』이라며 『우리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같은 표면적인 설명과는 달리 당선자측은 중국측의 제의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중국이 우리의 경제위기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중국측 제의는 우리에게 비슷한 내용을 제시한 대만측 제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중국측은 「맞불작전」을 통해 대만이 우리에게 100억달러를 지원하게 될 경우 우리와 대만이 정치·외교적으로 밀착될 가능성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측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달러를 앞세운 대만의 외교공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당선자측에는 좀 더 시야를 넓혀 중국측 제의가 미국을 염두에 두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당선자측 고위 관계자는 이와관련, 『이른바 화교 경제권에 속하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전체의 외환위기가 중국과 미국의 경제패권 다툼에서 촉발됐다는 시각도 있다』며 『이는 아시아를 길들이려는 미국과 이에 맞서는 중국이 전략적 승부를 벌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우리에 대한 중국의 지원제의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한·미·중·대만의 사각구도속에서 당선자측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 지원제의에 유보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종찬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2일 대만대표부 린준시엔(림존현)대사를 만난데 이어 13일엔 박태준 자민련 총재가 장팅옌(장정연)주한중국대사를 만났다. 당선자측이 향후 상황전개에 대비, 중국등과의 협상채널을 유지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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