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부도와 실업대란의 와중에서도 노·사간 양보와 화합을 통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지난 7일 대상(주) 노동조합(조합장 이낙종)은 노조 운영위원회를 열어 국제통화기금(IMF) 불황 극복을 위해 ▲총액임금 동결 ▲상여금 200% 반납 ▲각종 직무수당 및 연·월차 수당 반납 등을 결의했다. 이와 함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하루 1시간 더 일하기 등 근검절약 10대 운동도 함께 펼쳐나가기로 했다. 회사 측도 화답했다. 노조의 결의에 발맞추어 ▲임원급 임금 10% 삭감 ▲간부사원 차량유지비 지원 폐지 등 다양한 비용절감운동을 결정했다. 그룹 비서실 이삼기 과장은 『해고 대신에 총액임금 동결로 위기를 넘겨보자는 노·사 양측의 공감대가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표출된 것』이라며 『평소 가족적인 분위기와 상호 신뢰관계를 유지해온 것이 이번 고통분담 결의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 오트론(주)도 지난달 3일 ▲향후 3년 동안 임금·단체 교섭 중단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 공동노력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공동선언문을 만들었다. 노조측은 『지난해 8월께 회사 매각설이 나돌고, 심각한 경영상태가 알려지면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3개월 남짓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조가 먼저 나서서 교섭과정에서의 소모전 대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진력하겠다는 입장을 결의함에 따라 회사 측도 매각방침을 거두는 한편, 근로조건과 고용안정 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사주 측에서 먼저 고통분담을 솔선수범하는 업체도 있다. 패션전문업체인 메트로프로덕트의 이상열 사장은 대농그룹 좌초의 여파로 화의신청을 해야 했을 만큼 경영난에 시달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개인재산을 내놓았다. 이사장은 집까지 저당잡히며 20억원을 마련, 직원들의 월급을 챙겨주었다. IMF 대량실업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 임직원 160여명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일터를 지키고 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들어 500여개 사업체 노·사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강도높은 고통분담을 결의했다. 고통분담 노력은 업체들에 따라 감원하지 않는 대신 주4일근무제 도입(동영산업 경주공장) 등 노동시간 단축서부터 임금동결, 상여금 반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나누고,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공존의 원칙이 실천되고 있는 현장이다.<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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