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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15일부터 산울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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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15일부터 산울림극장

입력
1998.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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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세상을 조롱하는 미치광이의 장광설/노벨상 수상 다리오 포 원작/물오른 안석환의 일인다역 연기/사회의 음모와 비리 통렬히 질타한 무정부주의자가 이탈리아 밀라노시경 5층서 떨어져 죽었다. 경찰은 발작증세가 도진 그가 투신자살을 했다고 발표했다.

장소를 우리나라로 옮겨보자. 어느 운동권학생이 심문 중 숨졌다. 경찰은 워낙 소심한 학생이어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숨졌다고 발표했다.

공권력의 횡포와 조작은 어떤 민주주의사회에서도 결백을 단정하기 힘들다. 실제 1921년 미국에서 한 무정부주의자가 경찰심문 중 죽자 자살이라는 허위발표를 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극화한 것이 지난해 노벨상수상작가 다리오 포의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15일부터 산울림소극장)다.

제목은 무겁기 짝이 없지만 작·연출·연기를 겸한 천재광대 다리오 포는 이를 포복절도할 풍자극으로 꾸민다. 주인공은 미친 사람. 미친 듯 돌아가는 세상을 비웃을 수 있는 건 미친 사람뿐이라는 뜻일 터. 무거운 주제를 즉흥성 강한 코미디로 풀어내는 다리오 포의 유랑극단식 대중주의는 노벨상수상의 근거인 동시에 세계문단에서 의구심을 드러낸 이유이기도 했다.

안석환이 「사칭」의 귀재, 미치광이 역할을 맡았다. 형사, 고등법원 수석판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신부 등으로 변신하며 사회의 음모와 비리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그는 지난 연말까지 채플린 식의 에스트라공(고도를 기다리며)으로 이 극장에 섰다.

안석환의 연기는 한창 물이 올랐다. 「거미여인의 키스」의 게이, 지난해 「남자충동」의 깡패 연기는 차라리 살이 떨린다. 이번엔 2시간반짜리 연극 대사의 5분의 3이 그의 몫이고 광기어린 다역연기가 기대할 만하다. 연출자 채윤일은 『셰익스피어를 방불케 하는 장광설』이라며 『안석환이 제대로 걸려든 셈』이라고 말한다. 안석환은 매일 연습한 걸 녹음해 듣고 대본을 품고 자는 등 유난히 긴장하고 있는데, 다리오 포 필름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배우로서의 자존심 때문』이다.

92년 이 작품을 초연했던 채윤일이 노벨상수상을 기념해 다시 연출을 맡았고 정재진 조성희 이창직 이대연 등이 출연한다. 3월15일까지 화∼목 하오 7시, 금토 하오 3·7시, 일 하오 3시. (02)334­5915<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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